교회가르침

교구장 담화2023년 교구장 성탄 담화문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23-12-26 조회수 : 706

2023년 성탄 담화문

어둠 속을 걷던 백성이 큰 빛을 봅니다(이사 9,1)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오늘은 주님 성탄 대축일입니다. 성탄을 축하드리며 아기 예수님께서 주시는 성탄의 충만한 은총이 여러분 모두에게 가득하시기를 기원합니다.

 

어둠 속을 걷던 백성이 큰 을 봅니다”(이사 9,1). 성탄의 고요한 밤, 거룩한 밤에(성탄 밤 미사) 이사야 예언자는 이 말씀으로 주님의 탄생을 선포합니다. 이어서 예언자는 이렇게 말을 이어갑니다. “당신께서는 즐거움을 많게 하시고 기쁨을 크게 하십니다”(이사 9,2). 그리고 성탄의 날에(성탄 낮 미사) 교회는 같은 예언자 이사야의 위대한 선포를 전합니다. “예루살렘의 폐허들아, 다 함께 기뻐하며 환성을 올려라. 주님께서 당신 백성을 위로하시고 예루살렘을 구원하셨다”(이사 52,9). , 기쁨, 위로. 예언자 이사야가 전하는 세 가지 말씀을 따라 성탄의 의미를 되새겨 봅시다.

 

1. 성탄의 빛

성탄은 빛입니다. 구약 성경의 첫 번째 책 창세기에는 하느님의 첫 말씀이 나옵니다. “빛이 생겨라!”(창세 1,3)라는 말씀입니다. 빛은 성경이 전하는 하느님 아버지의 첫 말씀입니다. 빛은 창조의 시작이고 생명의 기반이며 보는 것의 전제 조건입니다. 빛 없이는 살아갈 수도 움직일 수도 없고 볼 수도 없습니다. 또한 보지 못하면 올바로 알 수도 없습니다. “은 구약 성경 전체에서 하느님을 표현하는 대표적인 상징이고 하느님을 바라보는 문입니다. “당신 빛으로 저희는 빛을 봅니다”(시편 36,10). 요한 복음사가는 탄생하신 아기 예수님을 가리켜 모든 사람을 비추는 참빛이 이 세상에 왔다”(요한 1,9)고 고백합니다. 성경의 마지막 책 묵시록의 마지막 장에는 빛이신 예수님의 인도를 따라 산 신자들의 미래를 빛과 함께 표현하는 찬미가가 나옵니다. “다시는 밤이 없고 등불도 햇빛도 필요 없습니다. 주 하느님께서 그들의 빛이 되어 주실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영원무궁토록 다스릴 것입니다”(묵시 22,5).

성탄으로 아기 예수님께서 빛이 되어 오셨습니다. 이사야 예언자가 예언한 대로 어둠 속을 걷던 백성이 큰 빛을 봅니다. 오늘 우리가 살아가는 이 세상에도 깊게 드리운 어둠의 그림자가 있습니다. 그러나 오늘 우리는 어둡고 차가운 세상의 현실 한 가운데에서 우리를 비추는 따뜻하고 환한 빛을 봅니다. 오늘 구세주 아기 예수님께서 우리를 위해 태어나셨습니다. 성탄은 신앙을 지닌 우리의 인생길을 밝히고 인도하여 생명으로 이끄는 영원한 빛입니다(이사 60,20 참조).

 

2. 성탄의 기쁨

성탄은 기쁨의 시간입니다. 오늘 탄생하신 아기 예수님께서는 온 세상 모든 이에게 참된 기쁨을 주십니다. 예수님께서는 당신의 기쁨을 우리 안에 있게 하시고 우리의 기쁨이 충만하게 해 주시려고 우리를 찾아 우리 곁에 오셨습니다(요한 15,11 참조). 그러면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주시는 기쁨이란 어떤 것일까요? 이 기쁨은 세상이 줄 수 없는 내면의 기쁨입니다. 한없는 사랑의 예수님을 알게 되고 그분과 함께 살아가는 충만한 기쁨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우리를 내려누르고 옥죄는 이중의 쇠사슬을 끊어 없애십니다. 그 하나는 죄의 사슬이고 다른 하나는 죽음의 사슬입니다. 예수님께서는 당신을 바라고 찾는 모든 이의 죄를 용서하심으로써 우리를 죄로부터 해방하십니다. 또한 예수님께서는 죄의 마지막 권세인 죽음의 사슬을 당신의 생명과 맞바꾸심으로써 우리를 구원하십니다. 이처럼 예수님의 성탄은 우리에게 죄와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앞이 보이지 않는 것만 같은 세상의 어둠 속에서도 올곧은 신앙을 간직하며 살게 하는 기쁨의 원천입니다. 우리 기쁨의 원천이신 아기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오셨습니다. 다 함께 기뻐합시다.

예수님께서 주시는 기쁨은 비단 우리가 억눌린 죄와 죽음의 두려움을 이겨내는 것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한생을 한결같이 하느님 아버지의 뜻를 따라 그분의 마음을 품고 살아가신 예수님의 기쁨을 우리도 함께 누려야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이 기쁨을 우리에게 전해주시고자 우리에게 오셨습니다. 그리고 우리도 당신이 누리신 기쁨으로 이 세상을 살게 되기를 바라십니다. 우리가 우리 곁에서 고통을 겪고 절망하는 형제들에게 다가가 환한 미소와 따뜻한 손으로 그들을 돌보아 줌으로써 예수님께서 누리신 사랑과 평화의 기쁨을 우리도 함께 누리게 되기를 바라십니다.

3. 성탄의 위로

성탄은 위로의 시간입니다. 성탄은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주시는 참된 위로의 시간입니다. 올 한해도 우리는 어김없이 험난하고 척박한 세상을 살았습니다. 힘겨운 세상살이에서 하느님의 말씀을 지키며 올곧게 이 세상을 살아가는 것이 너무 힘들고 지쳐 사랑을 잊은 채 쓰러지고 넘어진 때도 있었습니다. 지금 우리의 눈을 들어 구유의 아기 예수님을 바라봅시다. 세상에서 가장 가난한 이의 모습으로, 세상에서 가장 보호받지 못하는 사람의 모습으로, 몸을 누일 방 한 칸조차 얻지 못해 마구간의 구유에 누인 아기 예수님을 바라봅시다(루카 2,7 참조). 욕망으로 휩싸인 세상의 혼란과 악의 권세가 떨치는 부정한 현실이 우리 앞에서 저절로 마술처럼 사라지지는 않을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와 똑같은 세상, 아니 어쩌면 지금보다 더 험악하고 힘겨웠던 세상 한 가운데서 온유한 마음으로 사랑의 불을 지피며 겸손하게 당신을 낮추시고 당신 자신을 내어줌으로써 우리를 구원하신 아기 예수님, 우리를 찾아오신 예수 아기를 바라보며 참된 위로와 평화를 얻으십시오. 이 아기가 우리의 구원자이십니다. 당신의 사랑으로 우리가 걷는 모든 순례의 길에서 우리의 모든 상처를 보듬어 다시 일으켜 세우시며 마지막 날 죽음에서 우리를 또 한 번 일으켜주실 그 예수님께서 오늘 우리를 위해 태어나셨습니다. 특별히 매일 미사의 은총을 통해 우리에게 언제나 오시는 예수님의 현존을 체험하며 지친 우리 영혼의 위로를 얻고 험난한 세상의 풍파에 맞서 살아갑시다.

 

예수님께 대한 희망과 사랑으로 구세주의 탄생을 기다려 오신 모든 신자 여러분께 다시 한번 아기 예수님의 위로와 평화의 인사를 전합니다. 예수님의 사랑과 축복이 여러분과 여러분의 가정에 풍성히 내리시길 기원합니다.

20231225

주님 성탄 대축일

 

 

청주교구장 김종강 시몬 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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