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교회의 담화2024년 제32회 해외 원조 주일 담화
2024년 제32회 해외 원조 주일 담화
“너희가 내 형제들인 이 가장 작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이다”(마태 25,40)
+ 찬미 예수님,
하느님을 사랑하시는 형제자매 여러분!
우리는 2024년 해외 원조 주일을 맞이합니다. 주교회의는 1992년 추계 정기 총회에서 1월 마지막 주일의 2차 헌금을 해외의 가난한 이들을 위하여 사용하도록 결정하였습니다. 우리가 주고받는 도움은 이제 세계로 뻗어 나아갑니다. 이는 지구가 하나의 촌이요, 세계의 모든 사람이 하느님 앞에 모두 한 형제임을 드러냅니다.
지난해 11월 ‘대한민국-교황청 수교 60주년 기념’ 관계사 발굴 사업 학술 심포지엄이 있었습니다. 한국-교황청 관계사 발굴 사업을 중심으로 주제가 발표되고 질의와 토론이 이어졌습니다. 그 가운데 춘천교구장이었던 토마스 퀸란(Most Rev. Thomas Quinlan) 주교가 한국 교황 사절로 재임하였던 1953-1957년의 문서들이 소개되었습니다. 토마스 주교는 6·25 전쟁 이후 어려웠던 우리나라 교회를 위하여 교황청에 많은 재정 지원을 요청하였습니다. 실제로 이후 우리나라 모든 교구에 지원금을 비롯하여 소신학교와 대신학교 건립을 위한 자금, 미사 예물, 베드로 성금 등 수많은 지원이 있었습니다. 우리는 6·25 전쟁 직후 평양대목구장 서리였던 안 제오르지오 캐롤(George Carroll) 몬시뇰을 통하여 미국 가톨릭 교회에서 많은 구호금과 구호물자를 지원받기도 하였습니다. 또한 독일을 비롯한 세계 여러 나라의 가톨릭 복지 기구에서 많은 도움을 받았습니다.
이제 우리나라는 선진국이 되었습니다. 어려울 때 도움을 받았던 우리가 어려운 사람들을 도울 수 있게 되었습니다. 지금도 세계 곳곳에 전쟁과 테러, 폭우, 화산 폭발, 지진 등의 자연재해와 질병 등으로 많은 사람이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풍족한 사람만이 다른 사람을 도와줄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어려운 사람이 어려운 사람을 도와주는 경우도 자주 봅니다. 나누려는 마음이 소중합니다. 시몬 베유(Simone Weil)의 말처럼, 우리는 미움을 나누기 위하여 태어난 것이 아니라, 사랑을 나누기 위하여 태어났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것을 다른 사람과 나누는 일은 주님께서 말씀하신 것입니다. “너희가 내 형제들인 이 가장 작은 이들 가운데 한 사람에게 해 준 것이 바로 나에게 해 준 것이다”(마태 25,40). 그 기준도 밝혀 주셨습니다. “남이 너희에게 해 주기를 바라는 그대로 너희도 남에게 해 주어라”(마태 7,12). 이런 자선은 선한 의지로 하는 것이며, 자신을 자랑삼기 위한 것이 아닙니다. 그런 까닭에 오른손이 한 일을 왼손이 모르게 하라고 하십니다. “자선을 베풀 때에는, 위선자들이 사람들에게 칭찬을 받으려고 회당과 거리에서 하듯이, 스스로 나팔을 불지 마라”(마태 6,2).
우리의 나눔은 분명 우리가 사는 세상을 더욱 아름답게 합니다. 돌아가신 김수환 추기경의 말씀을 기억합니다.
“예수 그리스도는 당신을 한없이 낮추고 비워 우리 모두에게 ‘밥’이 되셨습니다. 그분은 십자가 죽음으로 당신의 모든 것을 내놓으셨습니다. 현대인들은 오늘도 ‘나는 결코 너의 밥이 될 수 없다’며 치열한 경쟁을 벌입니다. 그뿐 아니라 타인을 ‘내 밥’으로 삼기 위하여 혈안이 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진정한 인간다운 사회가 되려면 타인에게 밥이 되어 주는 사람이 많아야 합니다. 이는 단순히 배고픈 사람에게 먹을 것을 주는 것만을 뜻하지 않습니다. 이웃의 고통과 슬픔을 조금이라도 나눠서 지려는 마음도 밥이 되어 주는 것입니다. 나눌 것이 없다면 함께 울어 주는 것만으로도 그들에게 밥이 될 수 있습니다. 그래야 우리 사회가 이기주의와 약육강식 논리에서 벗어날 수 있습니다”(김수환 추기경, 『하늘 나라에서 온 편지』).
우리의 나눔으로 새로 맞이하는 갑진년 새해가 어제보다 나은 오늘이, 오늘보다 나은 내일이 될 수 있기를, 더욱 밝고 아름다운 세상이 되기를 희망합니다.
2024년 1월 28일
해외 원조 주일
한국카리타스인터내셔널
이사장 조규만 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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