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가르침

주교회의 담화2024년 환경의 날 담화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24-05-30 조회수 : 474

2024년 환경의 날 담화

“우리 공동의 집 지구를 다시 회생시켜야 합니다”

 


6월 5일은 ‘세계 환경의 날’(World Environment Day)입니다. 이날은 1972년 6월 5일 스웨덴 스톡홀름에서 개최된 ‘국제 연합(UN) 인간 환경 회의’를 기념하여 매년 열리고 있으며, 환경 보호를 위한 개인과 사회의 활동을 장려하는 전 세계적 행사입니다. 특히 우리나라가 2025년 제54차 세계 환경의 날 개최국으로 선정되어 더욱 큰 의미를 가지게 되었습니다.


2023년 3월 세계 인구는 80억 명을 넘어섰습니다. 날마다 20만 명 가까이 늘고 있고, 1920년대 20억 명이던 인구는 100년 사이에 네 배가 되었습니다. 거대한 인구는 생활과 소비를 유지하는 데 엄청난 에너지를 사용하고 있으며, 날마다 1억 톤의 온실가스를 대기에 배출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은 「기후 변화에 관한 국제 연합 기본 협약」(기후 변화 협약)이 채택된 1992년과 비교하여 두 배 가까이 증가하였습니다. 우리나라의 온실가스 배출량도 계속 늘어나 세계 10위의 온실가스 다(多)배출 국가가 되었습니다. 지난해 발표된 IPCC(Intergovernmental Panel on Climate Change,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 제6차 평가 보고서는 앞으로 20년 이내에 지구 평균 온도의 상승이 기후 위기 대응의 ‘마지노선’인 1.5℃에 이를 것이라고 경고하였지만, 인류는 여전히 지구 온난화의 원인인 온실가스 배출량 감소에 성공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인구 증가와 산업 발달 과정에서 서식지 감소와 마구잡이 포획으로 자연에서 야생 동물이 사라지고, 20세기 들어 큰 폭으로 증가한 온실가스로 말미암은 기후변화로 동물의 멸종이 더욱 가속화되고 있습니다. 1970년부터 2016년까지 46년 동안 척추동물의 개체 수는 68% 감소하였고(‘지구 생명 보고서 2020’ 참조), 전체 생물 종의 약 1/3이 멸종 위협을 받고 있습니다(세계 자연 보전 연맹[IUCN], ‘Red List’ 참조). 46억 년의 지구 역사에서 70% 이상의 생물 종이 소멸된 다섯 번의 대멸종은 자연적인 원인이었으나, 현재 진행되는 여섯 번째 대멸종은 인간이 주요 원인일 것입니다. 1만 년 전에는 육상 척추동물 전체 무게 가운데 야생 동물이 99%이고 사람은 1%였으나, 현재는 인간과 가축이 99%이고 야생 동물은 1% 정도이며(https://populationmatters.org 참조), 그마저도 대부분 ‘보호 구역’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하느님께서 인간에게 “바다의 물고기와 하늘의 새와 땅을 기어 다니는 온갖 생물을 다스려라.”(창세 1,28)라고 하신 것은 ‘절대적 지배’를 뜻하기보다 잘 ‘돌보라’는 뜻입니다. 멸종 위기의 피조물은 그들을 구하여 줄 “하느님의 자녀들”(로마 8,19)을 간절히 기다립니다. 아무리 하찮은 미물이라도 인간이 창조할 수 없다는 점에서, 만물은 인간과 마찬가지로 하느님의 피조물임을 깨달아야 합니다. 프란치스코 성인은 자연을 ‘하느님의 현존을 비추는 거울’로서 하느님께 닿게 하여 주는 ‘영성의 사다리’로 인식하였습니다. 그런 인식으로써 인간과 모든 피조물이 하느님께서 함께 창조하신 ‘형제자매’로 화해하게 됩니다.


하느님께서 ‘창조’의 단계마다 “좋았다.”라고 반복하신 것은 인간뿐 아니라 다른 피조물에 대해서도 하신 말씀입니다(창세 1,1-25 참조). 생명이 있든 없든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모든 피조물을 존중하고, 함께 살아가며 보호함으로써 하느님의 창조 역사를 보전하는 것이 신앙인의 바른 자세입니다. 인간의 이기적인 시각에서 벗어나 하느님의 눈으로 세상을 바로 보고, 생태 영성으로 지구를 치유하는 ‘하느님의 자녀’로 거듭나야 합니다.


최근 정부는 1971년 제도 도입 이후 50년 넘게 ‘금단의 땅’으로 통하였던 개발 제한 구역(그린벨트)을 풀겠다고 발표하였습니다. 경제 활성화를 위하여 그동안 개발이 원천적으로 금지되었던 1·2등급 구역도 해제하겠다고 합니다. 개발 제한 구역은 도심의 녹지를 보호할 최후의 보루로서, 개발 제한 구역의 해제는 미래 세대에게 물려줄 자산을 훼손하는 것입니다. 특히 올해 세계 환경의 날 주제인 ‘토지 복원’에도 역행하는 것입니다.


프란치스코 성인께서 ‘찬미’하셨던 자연이 “인간 중심주의”(「찬미받으소서」, 115항)와 탐욕으로 크게 파괴되고, 우리의 무책임하고 무분별한 이용으로 우리 ‘누이’인 지구가 지금 울부짖고 있습니다. 우리는 무한 성장 또는 제약 없는 성장이 가능할 것이라는 ‘기술 지배 패러다임’(106항 참조)에서 벗어나야 합니다. “생태적 회개”(217항)와 “내적 변화”(218항)로써 피조물과 건전한 관계를 회복하고, 생태적 복원으로써 ‘우리 공동의 집’ 지구를 우리와 함께 삶을 나누는 누이와 아름다운 어머니로 돌아오게 하여야 합니다.


 


2024년 6월 5일 환경의 날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회

위원장 박현동 아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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