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가르침

주교회의 담화2024년 피조물 보호를 위한 기도의 날 담화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24-08-19 조회수 : 375

2024년 피조물 보호를 위한 기도의 날 담화

피조물 안에서, 피조물과 함께 희망하며 행동합시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레오 13세 교황께서 「새로운 사태」(Rerum Novarum, 1891년)라는 회칙을 통하여 산업화에 따른 새로운 사회 현상 앞에서 인류가 가야 할 길을 제시하신 지 124년 뒤, 프란치스코 교황께서는 회칙 「찬미받으소서」(Laudato Si’, 2015년)를 반포하셨습니다. 「새로운 사태」가 산업혁명 이후 나타난 사회 변화에 대한 올바른 길을 제시하였다면, 「찬미받으소서」는 인류가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나아가야 할 올바른 길을 제시하였습니다. 「새로운 사태」가 인류 사회의 새로운 질서 안에서 인간의 올바른 위치와 인권을 강조하였다면, 「찬미받으소서」는 인간의 한계를 밝히고 인류가 환경과 조화를 이루며 생존하는 길을 제시하였습니다. 두 회칙 모두 과학 기술의 발전과 산업화의 영향 아래에서 인류가 건강하게 살아갈 수 있는 길과 존재 양식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인간은 생각하며 살아갑니다. 그리고 생각이 진리에 맞닿을수록 그 가치는 더욱 높아집니다. 그러나 실재와 동떨어진 생각은 진실을 왜곡하고 인간을 공허하게 만듭니다. 우리는 기후 위기의 현실 앞에서 교황께서 “실재가 생각보다 더 중요하다.”(「찬미받으소서」, 110항)라고 하신 말씀의 의미를 새삼 깨닫게 됩니다.


2024년 피조물 보호를 위한 기도의 날 교황 담화에서 프란치스코 교황께서는 “피조물과 함께 희망하고 행동하십시오.”라는 주제로 메시지를 전하셨습니다. 교황께서는 인류가 직면한 기후 위기와 환경 파괴가 인간의 무관심과 책임 의식의 부족에서 비롯한 것임을 강조하십니다. 세상의 악과 불의, “아이들을 죽이고 도시를 파괴하며 환경을 오염시키고 어머니 지구를 유린하고 황폐하게 만드는 동족상잔의 전쟁들”(4항) 앞에서도 인류는 절망하지 않고 희망을 품어야 한다고 말씀하십니다. 이를 위해 인류가 피조물의 ‘약탈자’가 아닌 ‘정원지기’로서 자신의 역할을 자각하고, 개발과 기술 발전에서 “인간의 힘 그리고 그 의미와 한계에 관하여”(6항) 생각하고 윤리적 한계를 설정해야 한다고 강조하셨습니다.


우리는 피조물과 함께 희망하며 행동함으로써 지속 가능한 미래를 만들어 가야 합니다. 인간은 자신이 누구인지를 명확히 정의할 때 본분에 맞게 살아갈 수 있으며, 참된 행복을 누릴 수 있습니다. 그러나 자신이 누구인지를 망각하고 ‘힘’만을 추구한다면, 자신뿐만 아니라 공동체 전체를 위험에 빠뜨릴 수 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께서는 그 까닭을 우리가 “인상적이고 놀라운 기술 발전”을 이루었음에도 “매우 위험한 존재가 되었으며 많은 생명체의 생명과 우리 자신의 생존을 위태롭게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리지 못하였[기]”(「하느님을 찬미하여라」, 28항) 때문이라고 하시며 경고하셨습니다.


화석 연료의 과도한 사용으로 말미암은 지구 온도 상승은 우리가 직면한 대표적인 문제입니다. 이러한 문제는 생태계를 파괴하고 인류의 삶을 위협하며, 우리는 그 결과로 나타나는 비극적인 사건들을 날마다 목격합니다. 인류의 생존을 위한 에너지 사용은 필수적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에너지를 어떻게 얻을지에 대해 진지하게 고민해야 합니다. 핵 발전과 화석 연료에 의존하는 에너지 생산은 즉각적 필요를 충족시켜 주지만, 그에 따르는 환경적 위험과 윤리적 문제는 점점 더 커지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독일을 비롯한 여러 나라가 핵에너지를 포기하고, 화석 연료에서 재생 가능 에너지로 전환하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재생 에너지로 전환하는 것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급한 시대적 요청입니다. 우리의 에너지 정책이 이러한 시대적 요청에 부응하지 않는다면, 이는 위험한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기후 위기와 지구 온난화에 대한 세계 여러 나라의 심도 있는 대응과 노력들이 오늘날 주요한 소식으로 다루어지고 있습니다. 그러한 모습들은 우리 모두 안전하고 지속 가능한 세상에서 살기를 바라고 후손들에게도 그러한 세상을 물려주고자 하는 인간 본성에서 우러나오는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인간은 자연계 안에서 ‘최상위 포식자’가 아니라 ‘정원지기’가 되어야 합니다. 이 사실을 망각하면, 우리가 감당해야 할 고통은 우리에게서 끝나지 않고, 후손들에게까지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피조물 보호를 위해 헌신하는 수많은 이를 기억합니다. 이들은 진리의 성령께서 이끄시는 대로 살아가며, 우리 시대에 필요한 일들을 자신의 자리에서 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하느님의 복을 충만히 받아 더욱 굳세어지기를 기도합니다. 또한 주님의 어머니이신 성모님의 전구로 인류가 자신의 본분을 올바로 깊이 깨달아, 하느님 보시기에 아름다운 세상을 함께 만들어 나가기를 바랍니다.


하느님께서 창조하신 세상을 사랑하고 보호하는 길은 피조물 안에서, 피조물과 함께 희망하며 행동하는 것입니다. 우리가 이 길에서 서로 협력하며 조화롭게 살아갈 때, 하느님께서 바라시는 진정한 평화와 아름다움이 우리 가운데 이루어질 것입니다.


 


2024년 9월 1일

피조물 보호를 위한 기도의 날에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생태환경위원회

위원장 박 현 동 아빠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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