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교회의 담화제57회 군인 주일 담화문
제57회 군인 주일 담화문(2024.10.13)
오늘은 제57회 군인 주일입니다. 감사하게도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는 1968년도에, 군인들을 기도와 물질로 후원하기 위한 ‘군인 주일’을 제정해 주셨습니다. 그 덕분에 군종신부들은 종교를 초월하여 모든 군인들의 영혼을 돌보며, 특히 그리스도의 복음을 전하는 선교활동에 주력해 왔습니다.
이 자리를 통해 군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군종신부의 사목활동을 물심양면으로 지원해 주신 모든 주교님과 신부님, 그리고 드러나지 않게 기도를 바치시며 오천 원, 만 원의 후원금을 보내주시는 신자 여러분께 진심 어린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젊음은 예수님과 세상을 위한 선물”
2023년 리스본 세계청년대회(WYD) 파견 미사에서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차기 개최지로 한국의 서울을 지명하셨습니다. 아시아에서 두 번째로 개최되는 세계청년대회입니다. 한국 천주교회 청년들의 신앙 부흥에 커다란 기폭제가 되리라 희망합니다.
교황님의 청년들에 대한 사랑은 지대합니다. 서울 WYD가 개최될 2027년에는 교황님께서 아흔을 넘기신 초고령의 연세가 되시겠지만, 그분은 평화의 사도로서 열정을 지니시고 한국 땅을 밟으실 것입니다. 교황님께서는 지난 7월 파라과이에서 열린 청소년 사도직 지도자 회의에 보내신 메시지에서 ‘젊음이 예수님과 세상을 위한 선물이 될 수 있도록 하라.’고 당부하셨습니다. 청년은 나라의 미래일 뿐만 아니라, 교회의 희망입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종교활동에 참여하는 청년들의 수효는 나날이 줄어들고 있습니다. 학업과 자신들의 일에 몰두하느라 믿음 생활을 소홀히 합니다. 그리고 어떤 젊은이들은 아예 종교에 대한 무관심으로 일관하기도 합니다.
예전에는 ‘작은 교회라 할 수 있는 가정’에 조부모님이 계셔서 신앙을 전수하고 인간의 도리와 법도를 가르쳐 주셨습니다. 그러나 지금은 핵가족을 넘어서 ‘1인 가구’가 대세를 이룹니다. 신앙을 전수해 줄 곳도, 배울 곳도 점차 사라지는 현실입니다. 학교 역시 스승의 권위가 실추되어 지식 전달의 장소 정도로 여겨집니다. 전인적 인격체로 성장할 수 있도록 이끌어 줄 가정과 학교, 종교 기능의 약화는 우리의 젊은이들을 허약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한편, 우리나라 분단의 현실 속에서 유지되고 있는 군대 조직과 군 복무는 개인의 인격과 신앙의 성장을 이룰 수 있는 순기능의 시간이 되어주었다고 생각합니다. 의무 복무이기는 하지만, 젊은이들은 보람을 지니고 2년 남짓한 시간을 통해 육체의 건강과 인간의 법도와 함께 살아나가는 방식을 체득하였습니다. 아울러 자율적인 종교활동을 통하여 자신의 내면세계를 성찰하고, 하느님의 도움을 청하며 영적 성장도 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앞서 언급한 대로, 종교에 대한 무관심과 자기계발을 위한 시간 확보 등 여러 이유로, 성당에 나오거나 특히 세례성사를 원하는 젊은이들의 수효는 급격히 줄어들고 있습니다.
“기쁜 소식을 전하여라. 세상 끝까지 퍼뜨려라.”(이사 48,20)
그러면 어떻게 해야 이러한 상황이 호전될 수 있겠습니까?
첫째, 기도입니다. 신앙은 하느님과의 관계 맺음이기에 인간의 능력을 초월한 부분입니다. 그분께 젊은이들을 봉헌하고 그들을 참삶의 길, 믿음의 길로 이끌어 주십사 항구히 기도해야 합니다. 젊은이들을 변화시키고 사랑과 신앙의 길로 이끄실 수 있는 분은 하느님 오직 한 분이십니다. 미래의 주역인 젊은 병사들이 하느님의 영으로 가득찰 수 있도록 ‘군인을 위한 기도’를 자주 바쳐 주시기 바랍니다.
둘째, 관심입니다. 군 복무를 하고 있는 장병들은 다른 누군가가 아닌 바로 여러분의 자녀, 친지, 친구들입니다. 군 생활은 인생에서 쓸모없는 시간이 아닌, 건전한 민주시민 육성과 참신앙인으로 인도할 수 있는 좋은 기회입니다.
병사들은 대한민국이라는 이 땅과 국민의 생명을 수호하기 위해 불철주야 더위와 추위를 무릅쓰고 임무를 수행하고 있습니다. 이들이 있기에 오늘 이 시간, 우리가 안전하고 행복하게 일상을 보내고 신앙생활을 할 수 있는 것입니다. 따뜻한 시선과 관심으로 군대와 병사들을 보아주시고, 후원해 주시기를 간곡히 당부드립니다.
셋째, 2027 서울 세계청년대회(WYD)가 젊은이 신앙 부흥의 전환점이 되도록 관심을 갖고 힘쓰자는 말씀을 드립니다.
사실 군대는 젊은 초급 간부들과 병사들이 주축을 이룹니다. CBCK 신자 통계에 보면 청년들의 절대다수가 군인들입니다. 20∼25세 청년 영세자 인원은 10년 전 2만 7천여 명으로, 청년들의 80%가 군대에서 세례를 받았습니다. 그러나 코로나 시대 이후 급격히 감소하여 작년에는 4천 3백여 명의 영세자를 배출하였습니다. 이대로 나간다면 교회의 앞날은 그리 밝지 않을 것입니다.
부모가 신자임에도 그 자녀는 아직 세례를 받지 않은 경우도 많습니다. 세례는 받았지만, 학업을 핑계로 냉담하였던 병사들도 많이 봅니다. 이들을 다시금 예수님께로 인도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가 WYD라고 생각합니다. 아울러 아직 신앙이 없는 이들도 교회는 초대해야 할 것입니다.
“젊은 피를 공급하는 군종교구”
군종신부들은 모든 병사들을 대상으로 상담과 인성교육을 실시합니다. 아울러 미사와 성사 집전을 합니다. 일반 교구에 비해 교리교육 기간은 짧지만, “나는 심고 아폴로는 물을 주고, 그러나 자라게 하신 분은 하느님이십니다.”(1코린 3,6)라는 말씀에 의지하여 세례를 줍니다. 그러나 이들 대부분은 제대 후에 각 교구, 각 본당으로 돌아갑니다. 군종교구에 남아있는 신자는 거의 없습니다.
그럼에도 군종교구는 한국 천주교회에 젊은 피를 공급한다는 책임감과 자부심을 가지고, 오늘도 군종신부들은 전후방 각지를 돌며 사목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주님의 자애가 온 땅에 가득하네.”(시편 33,5)
여러분의 많은 기도와 성원을 부탁드립니다. 여러분의 기도에 의지하며 힘을 내어 군 사목과 선교에 매진할 것을 다짐해 봅니다. 다시금 신자 여러분의 군종교구에 대한 사랑에 감사드립니다. 여러분 모두 자비와 사랑이 가득하신 주님 안에 행복하시기를, 103명의 군종신부들과 함께 기도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2024년 10월 13일 군인 주일에
천주교 군종교구장
서 상 범 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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