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가르침

주교회의 담화제40회 성서 주간 담화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24-11-21 조회수 : 2

제40회 성서 주간 담화(2024년 11월 24-30일)

“지혜의 시작은

가르침을 받으려는 진실한 소망이다”

(지혜 6,17)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2024년 성서 주간을 맞아, ‘성경을 깨닫도록 우리 마음을 여시는 주님께서’(루카 24,45 참조) 생명의 말씀으로 우리를 양육하고 성장시켜 주시기를 기도하며 인사드립니다.


한국천주교주교회의가 전례주년의 마지막인 ‘온 누리의 임금이신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왕 대축일’로 시작하는 연중 제34주간을 특별히 성서 주간으로 설정한 지 올해로 마흔 번째를 맞이합니다. 성서 주간의 목적은 “모든 신자들이 성서를 가까이 할 수 있는 많은 기회를 가지고 성서와 친숙해지고”, 아울러 “1년 동안 선포된 구원의 말씀을 되새기고 감사드리며 새로이 시작되는 전례주년에도 변함없이 매일의 양식으로 성서를 받아들이자는 우리의 각오를 새롭게 하려는 데”(제1회 성서 주간 담화, 1.2항) 있습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올해 1월 1일 제57차 세계 평화의 날과 5월 12일 제58차 홍보 주일에 발표하신 두 담화를 통하여 인공 지능(Artificial Intelligence, AI)의 발전과 사용에 대하여 성찰하셨습니다. 이에 주의를 기울이며, 특별히 마흔 번째 성서 주간을 지내면서, 말씀을 선포하고 기도하는 거룩한 전례와, 성경을 연구하고 친교를 나누는 성서 사도직 현장에 대하여 말씀드리고자 합니다.


첫째, 전례 안에서 선포되는 ‘말씀의 성사적 성격’을 깊이 숙고할 때, 말씀 선포에서 강론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말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빵과 포도주 안에 실제로 현존하시는 그리스도께서는 그와 유사한 방식으로 전례 안에서 선포되는 말씀에도 현존하십니다. 말씀의 성사적 성격을 더욱 깊이 이해하는 것이 신자들의 영성 생활과 교회의 사목 활동에 유익하기에, 고유한 직무에 따라 강론을 맡은 이들은 참으로 이 임무를 소중히 여겨야 할 것입니다(「주님의 말씀」, 56.59항 참조).


강론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무분별하게 인공 지능을 활용하는 것은 ‘말씀의 성사적 성격’을 저버리는 것입니다. 강론은 그저 읽기 좋은 글이나 단순한 진리, 또는 지식을 신자들에게 제공하는 것이 아닙니다. 성경이 전례 안에서 선포될 때 우리에게 말씀하시는 분은 하느님이시고 그 말씀은 성자 그리스도이십니다. 이 하느님 말씀은 강론에서 더욱 밝히 드러납니다. 성령께서는 성직자의 입을 통하여 말씀을 풀이해 주시고 그날의 말씀을 개인과 공동체의 필요에 알맞게 적응시켜 주십니다. 또한 성령께서는 우리가 삶으로 말씀이신 주님께 응답하도록 재촉하십니다. 그러므로 편의와 효율만을 추구하려는 유혹에 빠지지 않도록, 강론을 맡은 이들은 늘 영적으로 깨어 있어야 하며 성령의 이끄심을 민감하게 식별해야 합니다.


둘째, 성경을 연구하고 친교를 나누는 성서 사도직 현장에서도 인공 지능을 올바로 활용해야 합니다. 성경을 더욱 깊이 이해하고자 다양한 성서 모임에 참석하고 성경 관련 정기 간행물이나 주해서를 읽던 신자들에게, 모든 자료를 제공하는 인공 지능은 만능열쇠와 같은 편리함을 줄 수 있습니다. 그러나 신자들은 이 도구를 사용하여 성경 지식을 빠르게 확인할 수는 있겠지만, 나눔을 통한 성장과 말씀 선포로 이어지는 실천과는 오히려 멀어질 수 있습니다. 성경은 지적 연구를 위한 교과서가 아니라 읽고 기도하며 묵상과 관상을 통하여 마침내 행동으로 열매 맺어야 하는 경전입니다. 그러므로 “서로 자극을 주어 사랑과 선행을 하도록 주의를 기울입시다. 어떤 이들이 습관적으로 그러듯이 우리의 모임을 소홀히 하지 말고, 서로 격려합시다”(히브 10,24-25).


지난 6월, 이탈리아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 회의에 참석하신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인공 지능을 “매혹적이면서도 두려운 도구”라고 표현하시며 복음의 빛 안에서 이를 잘 식별하고 사용하여 인류에게 선익이 되도록 언제나 신중하게 조정하고 규제해야 한다고 강조하셨습니다. 이를 위하여 교황님께서는 “오늘날 기술은 풍요로워져도 인간성은 빈약해질 위험이 있는 이때에 우리의 성찰은 인간의 마음에서 출발하여야” 한다고 말씀하시며, “인류가 방향을 잃지 않도록 지혜를 구합시다. …… 지혜는 우리가 인공 지능 체계를 온전한 인간 커뮤니케이션에 봉사하도록 이끄는 데에 도움이 될 것입니다.”(제58차 홍보 주일 담화)라고 답을 주셨습니다.


발전하는 기술을 막을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그 방향과 목적의 고삐는 끝까지 인간이 쥐고 있어야 합니다. 그 고삐를 놓치지 않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성경에서 지혜를 구하려는 간절함을 잃어서는 안 됩니다. 인간은 그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하느님의 모상’(창세 1,26-27 참조)입니다. “온전한 인간 발전에 대한 모든 참된 소명은 그리스도를 지향하여야 합니다. 복음은 발전의 근본입니다”(「진리 안의 사랑」, 18항). 그래서 인공 지능 발전의 중심에 인간의 사랑이 있는지 묻게 됩니다. 결코 도구일 수 없는 인간과 목적일 수 없는 기술 사이에서 우리는 다시 한번 성경에서 지혜를 찾아야 합니다. 그리스도인이 구해야 하는 ‘지혜’는 바로 성경에 담겨 있습니다. 이 모든 혼란 속에서 우리에게 등불이 되는 지혜의 말씀을 마흔 번째 성서 주간을 함께 지내며 마음에 새겨 봅니다.


“지혜의 시작은 가르침을 받으려는 진실한 소망이다. 가르침을 받으려고 염원함은 지혜를 사랑하는 것이고, 지혜를 사랑함은 그 법을 지키는 것이며, 법을 따름은 불멸을 보장받는 것이고, 불멸은 하느님 가까이 있게 해 주는 것이다”(지혜 6,17-19).


 


2024년 11월 24일

한국천주교주교회의 성서위원회


위원장 신호철 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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