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구장 담화2025년 부활 담화문
2025년 부활 담화문
“어찌하여 살아 계신 분을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찾고 있느냐?”(루카 24,5)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예수님께서 참으로 부활하셨습니다.
예수님의 부활을 축하드립니다. 사순 시기 동안 파스카 축제를 정성껏 준비하신 모든 분께 부활의 기쁨이 충만하시기를 기원합니다. 그리고 부활하신 주님께서 주시는 평화가 여러분 모두와 함께하기를 기원합니다.
“주간 첫날 새벽 일찍이 그 여자들은 준비한 향료를 가지고 무덤으로 갔다”(루카 24,1)
향료를 가지고 무덤으로 갔던 여인들은 갈릴래아에서부터 예수님을 따라온 이들입니다. 제자들이 모두 예수님을 버리고 달아났을 때도(마태 26,56 참조), 이 여인들은 예수님께서 십자가 달려 돌아가시는 순간을 지켜보았습니다(루카 23,49). 그리고 무덤을 보고 예수님을 어떻게 모셨는지 지켜보았습니다(루카 23,55). 제자들이 유다인들이 두려워 문을 잠가 놓고 있었을 밤에도(요한 20,19 참조), 이들은 주님을 위해 향료와 향유를 준비하였습니다(루카 23,56). 그리고 주간 첫날 새벽 일찍이, 아직 모두가 잠든 때 그러나 주님의 부활로 새로운 창조가 시작된 시간에 예수님을 모신 무덤을 향합니다. 이 여인들 역시 주님을 잃은 슬픔과 세상에 대한 두려움이 마음속에 가득했을 것입니다. 그러나 주님을 향한 사랑으로 이 모두를 떨쳐내고 무덤으로 향했습니다. 사랑에는 두려움이 없기 때문입니다(1요한 4,18 참조).
복음 속 여인들처럼, 우리도 성자 예수 그리스도를 통해 드러난 하느님의 사랑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입니다(1요한 4,10-11 참조). 예수님의 수난과 죽음으로 우리는 하느님께 죄의 용서와 구원을 얻었고, 하느님과 화해와 사랑을 살아가도록 초대되었습니다. 주님을 향한 사랑으로 큰 슬픔과 두려움을 이겨내고 예수님을 위해 무덤으로 갔던 여인들처럼, 우리도 세상살이의 모든 근심, 걱정과 불안을 떨쳐내고 “예수님 안에서 하느님을 위하여”(로마 6,11) 살아갑시다. 사랑으로 주님 부활의 첫 증인이 된 이들처럼, 하느님 사랑 안에서 부활하신 주님의 증인이 됩시다.
2. “어찌하여 살아 계신 분을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찾고 있느냐?”(루카 24,5)
무덤으로 갔던 여인들은 돌은 굴려져 있고, 예수님의 시신이 사라진 빈 무덤을 발견했습니다. 빈 무덤 앞에 선 이들은 당황합니다. 빈 무덤은 예수님의 수난과 죽음이 완전한 실패처럼 보이게 합니다. 그래서 하느님을 향한 믿음과 사랑을 흔들어 놓습니다. 여인들은 사랑하던 이의 죽음보다 더 큰 상실감에, 세상이 무너져 내린 것 같은 허무함에 어찌할 줄 몰랐을 것입니다. 빈 무덤 앞에 선 여인들은 예수 그리스도를 믿음으로 따르는 우리의 모습과 닮았습니다. 신앙 안에서 올바르고 선한 삶을 살아가려 열심히 노력하지만, 성공보다는 실패가 그래서 허무함과 실망에 흔들립니다. 세상의 눈에는 예수님의 십자가가 걸림돌처럼, 어리석음처럼 보입니다(1코린 1,23 참조).
하지만 천사들이 당황한 여인들에게 “어찌하여 살아 계신 분을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찾고 있느냐?”(루카 24,5)라며 주님 부활의 기쁜 소식을 전합니다. 예수님의 말씀과 약속을 기억한 여인들은 주님께서 십자가로 죄악의 종살이에서 우리를 구원하시고, 당신 부활로 죽음의 사슬을 끊으시고 승리하셨음을 깨닫습니다. 이제 빈 무덤은 허무와 절망이 아닌 기쁨과 희망의 상징이 됩니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하느님 구원의 빛과 부활하신 주님의 영광이 가득한 곳이 됩니다.
여인들처럼 부활의 기쁨을 누리기 위해서, 우리도 하느님의 말씀에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주님께서 약속하신 구원의 말씀을 기억해야 합니다. 믿음으로 하느님 말씀이 자신 안에 머무르게 하는 사람은 예수 그리스도를 통하여 영원한 생명을 얻기 때문입니다(요한 5,38-40 참조). 주님 부활의 기쁜 소식을 들은 여인들은 이제 자신들이 경험한 일들을 제자들에게 전합니다. 구원의 기쁜 소식은 모든 사람의 구원을 위하여 온 세상에 선포되어야 합니다. 세상 속에서 우리도 “주님께서 오실 때까지 주님의 죽음을 전하며 부활을” 담대히 선포하는 하느님의 백성이 됩시다.
3. “우리도 새로운 삶을 살아가게 되었습니다”(로마 6,4)
여인들의 말을 들은 사도들은 예수님의 부활을 믿지 않습니다. 베드로 사도만이 무덤으로 달려갔지만, 그의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사실은 빈 무덤뿐이었습니다. 그리고 베드로 사도 역시 주님 부활을 믿지 못하고 놀라워하며 돌아갔습니다. 부활하신 주님께서 제자들의 마음과 눈을 열어주시기 전까지, 그들은 절망과 슬픔에 침통하였습니다(루카 24,17 참조). 주님께서 이루신 십자가의 승리와 부활의 영광을 깨닫지 못하였기 때문입니다. 부활하신 주님을 만난 후에 비로소, 모든 두려움과 절망을 떨치고 부활의 증인으로 새롭게 살아가게 됩니다.
지금 전 세계는 기후 위기와 재해로, 국지적인 분쟁과 전쟁으로 고통을 받고 있습니다. 한국 사회도 재난과 갈등, 극단적인 분열과 대립으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희망보다 절망과 불안에 흔들리며, 세상의 재물과 권력으로 자기 자신만 지키려 합니다. 하지만 하느님을 믿는 우리는 “희망이 없어도 희망하며”(로마 4,18), 십자가로 드러난 하느님의 약함과 지혜를 살아갑시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을 희망하고 인내함으로써, 부활하신 주님의 구원과 영광을 온 세상에 전하며 새롭게 살아갑시다.
우리 모두, 부활하신 주님께서 우리의 마음과 눈을 열어주시기를 청합시다. 그리하여 ‘빈 무덤’만이 남겨진 것같은 절망과 허무의 이 세상을 살면서도, ‘부활의 승리’를 미리 맛보는 신앙의 증인, 부활의 증거자가 되어 희망과 사랑의 표징인 부활을 살아가는 자들이 되기를 바랍니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부활로 온 세상을 새롭게 하시는 예수 그리스도의 은총 안에서 평화를 충만히 누리시기를 기원합니다.
2025년4월20일
주님 부활 대축일
청주교구장 김종강 시몬 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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