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가르침

교황 담화2025년 희년을 맞이하여 교황청 새복음화촉진평의회 의장에게 보내는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서한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22-05-19 조회수 : 1609

2025년 희년을 맞이하여 

교황청 새복음화촉진평의회 의장에게 보내는 

프란치스코 교황 성하의 서한

 


사랑하는 형제인 교황청 새복음화촉진평의회 의장 리노 피시켈라 대주교님께,


희년은 교회의 삶 안에서 영적, 교회적, 사회적으로 언제나 매우 중요한 사건이었습니다. 보니파시오 8세 교황께서 1300년에 최초로 성년을 제정하신 이래 처음에는 100년마다 거행하였지만, 그 뒤로 성경에 기록된 전례에 따라 50년마다, 그리고 마침내 25년마다 거행하게 되었습니다. 거룩하고 충실한 하느님 백성은 이러한 성년 거행을 죄의 용서, 특히 하느님 자비의 충만한 표현인 대사(大赦)를 특징으로 하는 은총의 특별한 선물로 경험해 왔습니다. 신자들은 흔히 긴 순례를 마치며 성문(聖門)을 통과하고 로마 대성전들에 안치된 베드로 사도와 바오로 사도의 유해를 공경함으로써 교회의 영적 보화를 얻습니다. 수 세기에 걸쳐 무수히 많은 순례자들이 이 거룩한 장소들을 찾아왔고, 세세대대로 전해진 신앙을 생생히 증언하였습니다.


2000년 대희년은 교회 역사의 제삼천년기로 교회를 이끌었습니다.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께서는, 모든 그리스도인이 역사적 분열을 뒤로하고 인류의 구원자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 이천 주년을 함께 경축할 수 있으리라는 희망으로 대희년을 오랫동안 기다리고 크게 기대하셨습니다. 바야흐로 새로운 세기의 첫 25년이 가까이 다가오는 이때 우리는, 그리스도인들이 사목적으로 풍성하게 성년을 지낼 수 있도록 준비를 시작하여야 합니다. 자비의 특별 희년 거행으로 이 여정의 중요한 발걸음이 이미 시작되었습니다. 자비의 특별 희년은, 우리가 하느님 아버지의 자비하신 사랑이 지닌 힘과 온유함을 모두 새롭게 발견하고 우리도 그 증인이 되게 하였습니다.


지난 이 년 동안 고독사의 비극뿐만 아니라 존재의 불확실성과 허무도 직접 겪게 만든 느닷없는 감염병의 유행에 타격을 받지 않은 나라는 하나도 없었습니다. 그리하여 우리 삶의 방식 자체가 바뀌었습니다. 우리 그리스도인은 모든 형제자매와 함께 이러한 시련과 제약을 견디어 냈습니다. 학교, 공장, 사무실, 상가, 여가 시설뿐만 아니라 성당들도 문을 닫았습니다. 감염병의 세계적 유행이 슬픔은 물론 때로는 의심과 공포와 목표 상실과 같은 감정을 일으키는 동안 우리는 모두 특정 자유들이 제약되는 것을 보았습니다. 서둘러 긴급 치료법을 개발한 과학계 덕분에 우리는 점차 일상을 되찾고 있습니다. 우리는 이 감염병의 유행이 극복될 것이며 세계는 인간관계와 사회생활에서 일상의 모습을 다시 회복할 것이라고 분명하게 확신하고 있습니다. 가장 도움이 필요한 우리 이웃이 소외당하지 않도록 우리가 효과적인 연대를 보여 줄 수 있고 모든 이가 과학적인 타개책과 필수 의약품을 이용할 수 있다면, 이러한 일은 더욱 순조롭게 이루어질 것입니다.


우리는 우리가 받은 희망의 불꽃을 타오르게 하고, 모든 이가 열린 정신과 신뢰하는 마음과 멀리 내다보는 시각으로 미래를 바라볼 새 힘과 확신을 얻도록 도와야 합니다. 다가오는 희년은, 우리가 너무도 간절히 바라는 쇄신과 새로 태어남을 미리 맛보게 하는 희망과 신뢰의 분위기를 되살리는 데에 크게 이바지할 수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제가 희년의 표어를 희망의 순례자들로 선정한 이유입니다. 우리가 보편 형제애를 되찾을 수 있고, 수백만 명의 남녀들, 젊은이들과 어린이들이 인간 존엄성에 맞갖은 삶을 살아가지 못하게 가로막는 만연한 빈곤의 비극을 외면하지 않으려고 할 때에, 비로소 이 모든 것이 가능할 것입니다. 여기서 저는 특별히 자신의 고향 땅을 저버릴 수밖에 없었던 많은 난민을 생각합니다. 희년을 준비하는 이 기간에 가난한 이의 목소리를 귀여겨듣기를 바랍니다. 이는 모든 이가 땅의 수확을 얻을 권리를 되찾으려고 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성경은 다음과 같이 가르쳐줍니다. “안식년에 땅에서 나오는 것이 너희뿐만 아니라 너희의 남종과 여종과 품팔이꾼, 그리고 너희와 함께 머무르는 거류민의 양식이 될 것이다. 또한 너희 가축과 너희 땅에서 사는 짐승까지도 땅에서 나는 온갖 소출을 먹을 것이다”(레위 25,6-7).


회개를 요청하는 희년의 영적 차원은 또한 사회 안에서의 우리 삶의 이러한 근본적 측면들을 단단히 뭉친 전체의 일부분으로 포함하여야 합니다. 우리는 모두 주님께서 일구고 돌보라고 하신(창세 2,15 참조) 이 땅의 순례자라는 사실을 깨달아, 우리의 짧은 지상 순례 여정에서 피조물의 아름다움을 관상하고 우리 공동의 집을 돌보는 일을 결코 게을리하지 않기를 바랍니다. 다가오는 희년을 이러한 지향으로도 거행하고 체험하게 되기를 저는 진심으로 바랍니다. 피조물 보호가 하느님을 믿는 우리 신앙과 그분 뜻에 대한 우리의 순종을 보여 주는 데에 꼭 필요하다는 사실을 많은 젊은이들과 어린이들을 비롯하여 점점 더 많은 사람들이 깨닫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형제이신 대주교님, 저는 대주교님께 깊은 믿음과 살아 있는 희망과 실천하는 사랑으로 이 성년을 계획하고 거행하는 데에 알맞은 방법들을 찾는 책임을 맡겨 드립니다. 새 복음화를 촉진하는 일을 담당하는 부서는, 현재 시노달리타스에 대한 노력에 집중하도록 부름받은 라틴 교회와 동방 교회의 개별 교회들이 펼치는 사목 활동에 이 은총의 시기가 큰 자극이 되도록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이에 희년을 향한 우리의 순례는, 조화를 이루는 다양성 안에서 그 어느 때보다 더욱 온전한 일치의 표징과 도구가 되기 위하여 교회가 나아가도록 부름받은 공동의 여정을 드러내고 확인할 것입니다. 하나의 교회를 이루도록 성령께서 끊임없이 베풀어 주시는 은사와 직무를 강화하면서 책임 있게 참여하라는 보편적 부르심의 요구를 새롭게 인식하도록 북돋는 것이 중요할 것입니다.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4대 헌장은 최근 수십 년간 발표된 교회의 가르침과 함께 하느님의 거룩한 백성들에게 방향과 지침을 주어 모든 이에게 복음의 기쁜 소식을 전하는 사명을 계속해서 이어나갈 수 있도록 할 것입니다.


이전과 마찬가지로 적절한 시기에 칙서가 발표될 예정이며, 이 칙서에 2025년 희년을 거행하는 데에 필요한 지침들이 들어 있을 것입니다. 이 준비의 때에 저는 희년 거행을 앞둔 2024년이 우리가 기도로 이루는 위대한 ‘어우러짐’에 온 마음을 다하는 시간이 되기를 열망합니다. 우리는 다른 무엇보다 기도로 주님의 현존 안에 머물며 그분께 귀 기울이고 그분을 흠숭하고자 하는 우리의 바람을 새롭게 합니다. 또한 기도 안에서 우리는, 우리를 사랑하시어 베풀어 주시는 선물에 대하여 하느님께 감사드리며 피조물 안의 하느님 활동을 찬미합니다. 그분의 활동으로 모든 이는 피조물을 존중하고 구체적으로 책임 있게 피조물 보호를 위한 행동을 실천하라고 요청받습니다. 기도는 “한마음과 한뜻”(사도 4,32)의 표현이고, 이는 연대와 일용할 양식의 나눔으로 옮겨집니다. 기도는 이 세상의 모든 이가 한 분이신 하느님께 의탁하여 자신들의 마음 깊은 곳에 숨겨진 것을 그분께 드러낼 수 있게 합니다. 거룩함에 이르는 왕도인 기도는 우리가 활동하는 동안에도 성찰할 수 있게 합니다. 요약하자면, 2024년이 열심히 기도하는 해가 되기를 바랍니다. 이 기도의 해에 우리가 마음의 문을 열어 하느님께서 넘치도록 부어 주시는 은총을 받고,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가르쳐 주신 ‘주님의 기도’가 그분 제자인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의 삶의 기틀이 되기를 바랍니다.


저는 복되신 동정 마리아께 은총 가득한 희년의 행사를 준비하는 교회의 여정에 동행하여 주시기를 청하며, 감사의 마음으로 대주교님과 대주교님의 협력자들에게 진심 어린 저의 축복을 전합니다.


 


성 요한 라테라노 대성전에서

2022년 2월 11일

루르드의 복되신 동정 마리아 기념일


프란치스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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