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교회의 담화2022년 그리스도인 일치 기도 주간 담화
2022년 그리스도인 일치 기도 주간 담화
“우리는 동방에서 그분의 별을 보고 그분께 경배하러 왔습니다.”(마태 2,2)
✝ 평화를 빕니다.
매년 그리스도인 일치 기도 주간을 맞아 다양한 전통과 신앙을 고백하는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이미 맺고 있는 친교를 드러내고 그리스도의 뜻인 완전한 일치라는 지향으로 함께 기도하고 있습니다. 올해 그리스도인 일치 기도 주간 자료집은 레바논 베이루트에 기반을 두고 있는 ‘중동 교회 협의회’에서 준비하였습니다.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19로 말미암은 전 세계적인 위기로 국가 간 경제적 불평등과 거기에서 비롯한 사회 약자들의 인권 문제들은 나날이 심해져 가고, 특히 2020년 8월 4일에 발생한 베이루트 폭발 사고로 인적 물적 피해로 고통받고 있는 지역에서 일치 기도 주간 자료집을 준비하였다는 점은, 중동은 물론 세상의 모든 그리스도인이 세계 정의와 평화 정착을 위하여 힘써야 할 필요성을 인식할 수 있는 유용한 도구가 될 것입니다.
올해 일치 기도 주간의 주제 성구는 “우리는 동방에서 그분의 별을 보고 그분께 경배하러 왔습니다.”(마태 2,2)입니다. 중동의 그리스도인들이 동방에 떠오른 별을 주제로 삼은 것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먼저, 서방 교회는 그리스도의 성탄을 기념하지만, 오랜 전통을 간직하고 있는 동방의 많은 그리스도인들은 하느님의 구원이 베들레헴과 요르단에서 여러 민족들에게 계시된 사건으로서 ‘주님 공현 대축일/주현절’을 기념하고 있습니다. 두 번째로, 별은 헤로데가 무고한 생명을 살해할 곳인 예루살렘의 혼란의 장소에 동방 박사들을 인도합니다. 오늘날에도 여전히 세상 곳곳에서 무고한 이들이 폭력에 시달리고 위협당하고 있으며, 이러한 상황에 놓인 사람들은 하느님께서 그들과 함께 계신다는 표지를 찾습니다. 여기에서 세상의 빛이신 그리스도께로 향하는 길을 비추는 별이 되는 것이 바로 교회의 사명입니다. 이러한 사명이 실현될 때 비로소 주님께서 당신의 백성과 함께 계시며 삶의 어려움 가운데 그들을 동반하시는 주님의 현존을 모든 이가 체험할 수 있을 것입니다.
주제 성구를 포함한 마태오 복음 2장 1절부터 12절까지의 말씀은 이 별빛보다 더 큰 빛이시며 모든 이를 일깨우고 성부의 영광과 그 빛의 찬란함으로 이끄는 새로운 빛이신 예수님께 모든 인류를 인도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우리의 구원을 위하여 자신을 비우시어 우리와 같은 인간이 되시고 죽음에 이르기까지 순종하심으로써 세상의 어둠 속으로 한층 더 깊이 들어가신 빛이십니다. 그분께서 이렇게 하신 것은 성부께 다가가는 우리의 길을 비추어 우리가 성부를 알게 되고 외아들을 내주시기까지 한 하느님의 사랑을 알아, 우리가 그분을 믿으면서 멸망하지 않고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하시려는 것입니다.
주석가들은 전통적으로 동방 박사들의 모습 안에서 당시 민족들의 다양성의 상징과 동쪽에서 빛나는 별빛 안에서 드러나는 거룩한 부르심의 보편성을 발견하였고, 하느님께서 모든 민족들의 일치를 바라심을 인식하였습니다. 그러므로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문화와 인종과 언어의 차이에도 하느님께서 바라시는 일치가 세상에서 이루어지도록 하느님의 표지가 되도록 부름받았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입니다. 구원의 빛이 동방에서 떠올랐지만, 과거 헤로데는 베들레헴과 그 온 일대의 두 살 이하 사내아이들을 모조리 죽여 버리는 만행을 저질렀고, 오늘날 중동에도 평화보다는 갈등과 분쟁으로 얼룩져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오늘날 중동에는 그 백성의 길을 함께해 줄 빛이 그 어느 때보다도 필요합니다.
베들레헴의 별은 하느님께서 당신의 백성과 함께 걸으시고, 그들의 고통을 느끼시며, 그들의 울부짖음을 들으시고, 그들에게 연민을 보이시는 표지입니다. 이는 세상의 불의와 억압에도 하느님의 성실하심은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명확히 드러내 줍니다. 동방 박사들이 구세주께 경배드리고 다른 길로 자신의 고장에 돌아간 것처럼, 우리 그리스도인들도 함께 드리는 기도 안에서 나누는 친교를 통하여 새로운 길을 따라 우리의 삶, 교회, 세상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그리하여 구세주의 별이 비추는 빛을 따라 인간 존엄, 특히 가장 가난한 이들과 가장 약하고 소외된 이들의 존엄을 수호하는 데 헌신해야 하고, 교회는 이에 대한 책임이 있음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구체적으로 교회가 피해를 입은 이들에게 구호품을 제공하고, 난민들을 환대하며, 짐을 진 이들의 짐을 덜어 주고, 정의롭고 정직한 사회를 건설하는 데에 협력해야 할 것입니다.
2022년 그리스도인 일치 기도 주간 동안, 그리스도 교회들 각자가 자신을 희생하며 찾아 나서는 가시적이고 구체적인 일치의 길을 성찰하며, 중동과 세상 곳곳에서 그리스도인들이 이루는 일치를 통해 ‘하느님께서 모든 것 안에서 모든 것이 되실’(1코린 15,28 참조) 정의와 평화의 날이 하루빨리 오기를 간절히 기도합시다.
2022년 1월 18일
한국천주교회 김희중 대주교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이홍정 총무
한국정교회 암브로시오스 대주교
대한예수교장로회 류영모 총회장
기독교대한감리회 이철 감독회장
한국기독교장로회 김은경 총회장
한국구세군군국 장만희 사령관
대한성공회 이경호 의장주교
기독교대한복음교회 장미선 총회장
기독교대한하나님의성회 강희욱 총회장
기독교한국루터회 김은섭 총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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