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가르침

교구장 담화2021년 교구장 성탄 담화문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21-12-24 조회수 : 1312

2021년 성탄 담화문 

“말씀이 사람이 되시어 우리 가운데 사셨다”(요한 1,14)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1. 오늘은 예수 성탄 대축일입니다. 오늘 구세주 그리스도 탄생하셨습니다.  성탄을 축하드리며 성탄의 기쁨과 평화가 신자 여러분과 여러분의 가정에 가득하기를 기원합니다. 

 

2. 성탄은 사람이 되신 하느님의 크신 사랑을 경축하는 날입니다. 말씀이 사람이 되셨습니다(요한 1,14 참조). 요한복음서의 이 말씀은 성경 전체를 통틀어 성탄의 본질을 가장 잘 표현한 말씀 가운데 하나입니다. 요한복음서는 “한 처음에 말씀이 계셨다”(1,1)는 선언으로 시작됩니다. 이 구절은 구약 성경의 첫 번째 책인 창세기의 첫 말씀을 떠올리게 합니다. 창세기는 “한 처음에 하느님께서 하늘과 땅을 창조하셨다”(1,1)는 말씀으로 시작하여, 하느님께서 세상 만물을 당신의 말씀으로 지으신 사실을 전합니다. 이처럼 말씀은 한 처음부터 하느님과 함께 계셨던 세상 창조의 힘입니다. 말씀이신 하느님의 아드님께서 사람이 되셨습니다. 하느님의 아드님께서 사람이 되시어 우리 가운데 거처를 정하셨습니다. 바로 이분이 우리의 구세주 예수 그리스도이십니다.

   그러면 왜 하느님께서는 사람이 되셨을까요? 요한복음은 우리를 향한 하느님의 지극한 사랑이 하느님께서 사람이 되신 이유라고 알려줍니다. 요한복음사가는 “하느님께서는 세상을 너무나 사랑하신 나머지 외아들을 내 주시어, 그를 믿는 사람은 누구나 멸망하지 않고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하셨다”(요한 3,16)고 증언합니다. 하느님께서 모든 천상의 영광을 버리시고 당신 자신을 낮추시어 사람이 되실 만큼 우리를 사랑하셨습니다(필리 2,7-8 참조). 그래서 우리가 말씀이신 그리스도를 통해 하느님의 사랑을 깨닫고 그분의 거룩한 모범을 배우고 따르게 하시어 그분을 믿는 모든 이가 구원을 받고 하느님의 영원한 생명에 참여하는 영광을 누리게 하셨습니다(가톨릭교회교리서, 459항 참조). 이처럼 성탄은 인류를 위한 하느님의 위대한 사랑이 드러난 날입니다. 

   인간에 대한 하느님의 극진한 사랑의 선포인 예수님의 성탄은 우리 모두에게 사랑의 삶을 요청하고 있습니다. 예수님의 성탄은 하느님께서 이토록 극진히 사랑한 인간을 사랑하라는 촉구입니다. 최근 우리 주변에는 이 년여에 걸친 코로나감염증의 확산여파로 경제적 고통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많이 있습니다. 나눌 것이 없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하느님께서는 누구에게나 아무리 써도 닳지 않는 손과 아무리 퍼내도 마르지 않는 사랑의 마음을 주셨습니다. 금년 성탄이 이웃에 대한 사랑과 관심, 나눔과 섬김을 실천하는 새 날, 새 시작이 되시기를 기원합니다. 

 

3. 성탄은 하느님께서 우리 가운데 계심을 경축하는 날입니다. 요한 복음사가는 하느님께서 사람이 되시어 “우리 가운데 사셨다”(요한 1,14)고 말씀하셨습니다. 이 말씀을 직역하면 하느님께서 “우리 가운데 천막을 치셨다”는 뜻입니다. 여기서 천막은 구약 성경의 배경을 지닌 말입니다. 구약 성경을 보면 하느님께서는 광야의 이스라엘 백성에게 다가오시어 언제나 그들 가운데 머무르셨습니다. 백성들 가운데 있던 “만남의 천막”(레위 1,1)은 하느님의 현존을 드러내는 표지였습니다. 하느님께서는 험난한 광야에서 이스라엘과 모든 여정을 친히 함께 하셨습니다. 천막은 하느님께서 당신의 백성 한가운데에 계시면서 그들을 인도하고 보호하고 구원해주시는 증거였습니다. 이스라엘은 이 천막을 바라보며 역경을 이겨내고 희망을 얻었습니다. 왜냐하면 그 성막을 바라볼 때마다 하느님께서 그들 가운데 계시며, 그들을 보호하시고 이끌어 주신다는 사실을 확신했기 때문입니다(레위 9,23 참조).

   그런데 하느님께서 성탄으로 하느님 현존의 표지인 천막의 상징을 아득히 뛰어넘어 몸소 사람이 되셨습니다. 하느님께서 직접 사람들을 찾아 이 세상에 오셨습니다. 성탄절에 하느님께서는 우리 집으로, 우리 가정으로 오시어 우리 곁에, 우리 가운데 천막을 치십니다. 성탄으로 하느님께서는 임마누엘, 우리와 함께 계신 하느님이 되셨습니다. 예수님은 오늘 바로 여기 이 자리에서, 교회의 거룩한 성사들 안에서 또한 하느님의 말씀 안에서 영과 진리로 충만하게 된 우리 가운데에 계십니다. 

   최근 우리 사회는 끝이 보이지 않는 코로나감염증의 확산으로 두려움과 절망에 휩싸여 있습니다. 바오로 사도는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하느님께서 우리 편이신데 누가 우리를 대적하겠습니까? 당신의 친아드님마저 아끼지 않으시고 우리 모두를 위하여 내어 주신 분께서, 어찌 그 아드님과 함께 모든 것을 우리에게 베풀어 주지 않으시겠습니까?”(로마 8,31-32). 그렇습니다. 하느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시는데 우리가 두려워할 것이 무엇입니까? 우리 가운데 계신 하느님은 우리의 위로와 희망의 원천입니다. 내가 처한 환경이나 상황을 쳐다보지 마시고 전능하신 하느님을 바라보시고 모든 것을 의탁한 가운데 두려움과 절망을 이겨내는 새 힘 얻으시기를 기원합니다. 

 

4. 성탄은 말씀이 사람이 되시어 이 땅위에 사랑의 불을 점화한 날입니다. 성탄은 이 땅위에 타오른 하느님의 사랑이 우리를 불살라 사랑이 넘치는 세상을 위해 우리 모두 일어나기를 촉구하는 날입니다. 또한 성탄은 하느님께서 우리 가운데 계시어 이 땅위에 희망의 빛을 밝혀준 날입니다. 성탄은 이 땅위에 빛나는 희망의 원천이신 하느님을 바라보며 온갖 역경과 시련 중에도 희망의 끈을 놓지 않도록 촉구하는 날입니다. 성탄의 마음은 사랑이고, 성탄의 기적은 희망입니다. 예수님의 성탄을 다시 한번 축하드리며, 신자여러분과 여러분의 가정에 성탄의 기쁨과 평화가 가득하시기를 기원합니다.     

 

 

2021년 12월 25일

예수 성탄 대축일에

 

청주교구장 장 봉 훈 가브리엘 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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