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구장 담화2018년 교구장 부활 담화문
2018년 부활 담화문
“우리도 새로운 삶을 살아가게 되었습니다”(로마 6,4)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1.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참으로 부활하셨습니다. 예수님의 부활을 경축하며, 부활의 기쁨과 희망이 신자 여러분의 가정과 지역사회에 충만하기를 기원합니다.
2. 예수님의 부활은 성경이 증언하듯이 역사적으로 분명한 실제 사건입니다. 신약 성경에 기록된 예수님의 빈 무덤 사화(史話)와 발현 사건들은 예수님께서 실제로 부활하신 사실을 증거하고 있습니다. 예수님의 제자들이 예수님의 빈 무덤을 목격한 것은 예수님의 부활하신 사실을 인정하는 첫 걸음이 되었습니다. 또한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사십일 동안 제자들에게 자주 나타나시어 여러 가지 확실한 증거로 여전히 살아계시다는 것을 보여주신 발현 사건은 예수님의 제자들이 예수님께서 부활하신 사실을 믿고 증언하는 복음 선포의 토대가 되었습니다.
예수님의 부활은 복음서에 기록된 회당장 야이로의 딸이나, 나인 고을의 과부의 외아들이나, 베타니아 마을에 라자로의 경우처럼 단순히 목숨이 되살아난 것을 뜻하지 않습니다. 예수님의 전능으로 다시 살아난 이들은 ‘지상의 정상적인 삶’을 되찾았을 뿐, 때가 되면 그들은 다시 죽게 될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예수님의 부활은 예수님께서 죽음의 상태에서 시간과 공간을 초월한 전혀 다른 생명의 세계로 넘어간 것입니다. 부활하신 예수님의 몸은 영광스러운 상태로 하느님의 생명에 참여하게 된 것입니다.(가톨릭교회교리서 646항 참조)
예수님의 부활은 우리 부활의 근원이요 토대입니다. 예수님 부활의 의미는 죽어야 할 숙명을 지닌 우리에게 영원한 삶에 대한 확신과 희망을 불어넣어 주신 것입니다. 그러므로 우리 모두는 육신의 부활과 영원한 삶을 믿으며, 천국을 향한 순례의 여정을 굳건히 걸어가야 하겠습니다.
3. 예수님 부활의 의미는 단지 예수님께서 홀로 불사불멸의 몸으로 변화되어 영원한 생명으로 건너간 것에 그치지 않습니다. 나아가 우리 역시 예수님을 통해서 새로운 삶을 살아가게 된 것을 뜻합니다. 세례를 통하여 그리스도와 결합된 우리 신자들은 부활하신 그리스도의 천상생명에 이미 실제로 참여하고 있는 것입니다. 사도 바오로는 이 사실을 이렇게 기록하고 있습니다. “과연 우리는 그분의 죽음과 하나되는 세례를 통하여 그분과 함께 묻혔습니다. 그리하여 그리스도께서 아버지의 영광을 통하여 죽은 이들 가운데서 되살아나신 것처럼, 우리도 새로운 삶을 살게 되었습니다.”(로마 6,4)
새로운 삶을 살게 되었다는 의미는 예수님의 부활을 통해 우리들이 삶의 새로움 안으로 걸어가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인간의 한 생애를 하나의 길로 이해하고 있던 사도 바오로는 세례로 다시 난 그리스도인들에게 예전의 악습과 죄의 길에서 벗어나 주님께서 보여주신 새로운 길을 걸어가도록 당부하고 있습니다. 주님의 부활을 경축하고, 부활을 믿으며, 부활을 되새기는 그리스도인들은 예수님께서 열어주신 새로운 삶의 길, 새 생명의 길을 걸어가는 사람들입니다.
그렇다면 그리스도인들이 걸어야 하는 새 생명의 길은 어떠한 것일까요? 그것은 바로 어둠을 밝히는 ‘빛의 길’입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2018년 사순시기 담화문을 통해 우리가 어둠에서 비롯되었던 악한 행실을 벗어버리고, 회개하여 죄에서 벗어나 빛으로 나아가야 할 것을 당부하셨습니다. 부활 성야 미사 중, 우리는 그리스도를 상징하는 파스카 초에서 빛을 받아 자신의 초로 불을 밝혀 듭니다. 이 불은 바로 세상의 어둠을 밝히는 그리스도의 빛을 뜻합니다. 사제는 파스카 초에 불을 붙이면서 이렇게 기도합니다. “영광스럽게 부활하신 그리스도님, 이 빛으로 저희 마음과 세상의 어둠을 몰아내소서.”
4. 최근 우리 사회는 미투 운동이 들불처럼 사회 각계로 번지고 있습니다. 우리는 큰 충격과 함께 지위와 권력을 이용한 여성 인권 유린이 우리 사회에 얼마나 광범위하게 퍼져 있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더구나 교회 역시 이러한 부끄러운 일들에서 예외가 아니었음을 접하며, 세상의 그릇된 가치와 풍조, 권력과 지배의 경향이 교회 안에도 이미 퍼져 있음을 보게 되었습니다. 또한 편협한 이기심과 독단적 사고에서 비롯된 다른 이들에 대한 비방과 멸시는 우리 사회를 대립과 분열로 몰아가는 현실입니다. 어렵게 이루어진 남북 대화에 대해서도 한반도 평화를 이끌어내는 디딤돌로서의 역할을 기대하기 보다는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우려와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는 상황입니다.
이러한 현실 앞에 우리는 주님의 부활을 통해 우리에게 주신 새 생명의 길을 바라보아야 합니다. 새 생명의 길로 나아가는 첫 걸음은 바로 회개입니다. 무엇보다도 교회가 먼저 그릇된 행동에 대한 깊은 반성과 참회, 그리고 악한 행실을 벗어버리고 올바른 삶을 살아갈 것을 다짐해야 하겠습니다. 이제 우리 모든 그리스도인들은 철저한 반성과 성찰 위에 주님께서 주신 새로운 삶의 길, 새 생명의 길을 걸어가야 할 것입니다. 그 길은 모든 이들의 존엄성과 인권을 존중하는 참된 생명의 길이며, 갈등을 넘어 화해와 공존의 삶으로 나아가는 길입니다. 또한 이기적인 마음에서 벗어나 다른 이들에 대한 사랑과 배려의 삶을 살아가는 길이며, 지배와 권력보다는 나눔과 섬김의 길입니다. 우리 그리스도인들이 이러한 새 생명의 길을 걸어갈 때, 교회는 세상의 어둠을 밝히는 그리스도의 빛을 선포할 수 있을 것입니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5. 우리의 구원이요 희망이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다시 살아나셨습니다. 부활을 다시 한 번 축하드리며, 새 생명의 길에서 만나게 되는 부활의 기쁨과 희망이 신자 여러분의 가정과 지역사회에 가득하기를 기원합니다.
2018년 4월 1일
예수 부활 대축일에
청주교구장 장 봉 훈 가브리엘 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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