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가르침

교구장 담화2017년 교구장 성탄 담화문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7-12-27 조회수 : 1621

2017년 성탄 담화문

“말씀이 사람이 되시어 우리 가운데 사셨다”(요한 1,14)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1. 오늘 구세주 예수님께서 탄생하셨습니다. 이 세상에 우리 가운데로 오신 예수님 탄생의 기쁨과 평화가 신자 여러분의 가정, 그리고 온 세상에 충만하길 기원합니다.
 
  2. 요한 복음서는 1장1절부터 18절의 장엄한 찬미가를 통해 예수님께서 누구이시며, 예수님 탄생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밝혀주고 있습니다. 초기 교회 공동체에서 고백되었던 이 찬미가의 핵심은 바로 1장 14절에 기록되어 있는 “말씀이 사람이 되시어 우리 가운데 사셨다”라는 말씀입니다. 이 말씀은 두 가지 고백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하나는, “말씀이 사람이 되셨다”는 고백입니다. 또 하나는 “그분께서 우리 가운데 사셨다”는 고백입니다.
  먼저, “말씀이 사람이 되셨다”는 고백은 한처음부터 하느님과 함께 계셨던 말씀이 사람이 되시어 이 세상에 오신 것을 뜻합니다. 모든 이의 구원을 바라시는 하느님의 사랑과 구원계획이 예수님의 탄생을 통해 구체적으로 드러난 것입니다. 하느님께서 몸소 사람이 되셔서 이 땅으로 내려오심은 인간에 대한 하느님의 사랑이 얼마나 큰지를 명백히 드러내신 것입니다.
  이어지는 “사람이 되시어 우리 가운데 사셨다”는 고백은 언제나 우리와 함께 하시는 하느님의 사랑을 보여줍니다. 구약성경을 보면 하느님께서는 당신께서 친히 택하신 이스라엘 백성과 언제나 함께 하셨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이스라엘 백성과 계약을 맺으신 후, 이집트에서 노예살이에 힘겨워 하던 이스라엘 백성을 해방 시키실 때에도, 약속의 땅인 가나안 복지를 향해 40년간 광야의 험한 길을 걸어갈 때에도, 한결같이 이스라엘 백성과 함께 하셨습니다. 가나안 땅에 정착하고 살아가기 위해 이민족과의 전쟁을 할 때에도, 심지어는 이스라엘 백성이 바빌론 땅에서 유배 생활을 할 때에도, 하느님께서는 한결같이 이스라엘 백성들과 함께 계셨습니다. 또한 하느님께서는 예언자들을 통하여 여러 번에 걸쳐 여러 가지 방식으로 당신의 백성에게 말씀하시고(히브 1,1 참조), 당신 백성과 함께 하셨습니다. 이제는 바로 그 하느님께서 우리가 보고 듣고 만질 수 있는 사람이 되시어 우리 가운데 계십니다.


  3. 말씀이시며 하느님이신 예수 그리스도께서 오늘 탄생하시어 우리 가운데에 계시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합니까? 이사야 예언자는 이렇게 환호합니다. “다 함께 기뻐하며 환성을 올려라. 주님께서 당신 백성을 위로하시고 예루살렘을 구원하셨다. 주님께서 모든 민족들이 보는 앞에서 당신의 거룩한 팔을 걷어붙이시니 땅 끝들이 모두 우리 하느님의 구원을 보리라”(이사 52,9-10). 예수님께서는 우리 가운데 계시면서 우리를 위로해 주시고 격려해 주시며 구원의 길로 이끄십니다. 또한 당신의 거룩한 팔을 걷어붙이시어, 세상에서 죄악의 세력으로 고통 받는 이들에게는 그것을 이겨낼 힘과 용기를 주시며, 힘들고 아프고 상처받은 이들에게는 따스한 격려를 통한 희망을 주십니다.


  4. 한 해를 되돌아보며 힘들고 고통 받은 많은 이들을 떠올려 봅니다. 3년 동안이나 바다 속에 잠겨 있던 세월호가 인양되었지만 미수습자 5명은 끝내 찾지 못하고 가족과 지인들의 큰 슬픔 속에 마지막 영결식을 치룰 수밖에 없었습니다. 7월에는 우리 지역에 쏟아진 기록적인 폭우로 농경지와 도로, 그리고 주택 등이 침수 피해를 입었고, 많은 수재민들이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11월에는 경북 포항지역 지진 및 여진으로 인해 많은 이들이 삶의 보금자리를 잃고 지금도 여전히 불안한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또한, 북한은 연이은 미사일 발사를 통해 한반도의 위기를 고조시키고 있으며, 주변국들은 자신들의 이해관계에 따라 강경대응을 하고 있는 형편입니다. 이에 따라 우리 국민들은 언제 전쟁이 일어날지 모르는 불안함으로 두려움이 점점 커지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는 새로운 정부가 출범하여 적폐청산을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도 불평등, 불공정, 불의가 만연해 있는 것도 사실입니다.
  비록 우리가 이러한 암울한 세상 속에서 살아가고 있지만, 그리스도인은 결코 좌절하거나 절망하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주님이신 예수님께서 우리의 삶 속에, 우리 가운데, 우리와 함께 계시기 때문입니다. 예수님께서는 저 멀리서가 아니라, 세상 안에서 우리의 아픔과 고통을 함께 겪으시며, 고통 받는 이들을 어루만지시고, 그들의 상처를 보듬어 안아주시기 때문입니다. 세월호 유가족 곁에서, 자연재해로 인해 피해를 입은 이들의 곁에서, 전쟁 위험에 떨고 있는 이들 곁에서, 불평등과 불의에 맞서 노력하는 이들 곁에서 예수님께서는 모두를 위로하시며, 힘을 북돋워주고 계시기 때문입니다.
  비록 우리의 현실이 암울하고 어둡게 느껴질지라도 예수님께서 함께 계심을 깨닫는다면, 우리는 포기하거나 좌절하지 않고 기쁨과 희망의 삶을 살아갈 수 있습니다. 나아가 예수님의 탄생을 통하여 하느님께서 이루신 구원의 기쁜 소식은 우리의 기쁨과 희망, 사랑의 삶을 통해 이 세상에 더욱 널리 드러날 것입니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5. 교회의 어머니이신 마리아께서 오늘 우리 가운데로 오신 예수님께로 우리를 인도해 주시기를 청하며, 신자 여러분의 가정과 교구 공동체, 그리고 지역사회에 성탄의 기쁨과 평화가 가득히 내리기를 기원합니다.

 


2017년 12월 25일
예수 성탄 대축일에

 

청주교구장  장 봉 훈 가브리엘 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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