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구장 담화2012년 교구장 성탄 담화문
2012년 성탄 담화문
'구원자가 태어나셨으니, 주 그리스도이시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1. 오늘 구세주 예수님께서 탄생하셨습니다. 성탄의 기쁨과 평화가 신자 여러분과 모든 가정에 충만하길 기원합니다. 구세주 탄생의 기쁜 소식을, 루카복음은 다음과 같이 전합니다. "오늘 너희를 위하여 다윗 고을에서 구원자가 태어나셨으니, 주 그리스도이시다"(루카 2.11).
2. 오늘 베들레헴에 탄생하신 아기 예수님은 누구이십니까? 주님의 천사는 "온 세상에 큰 기쁨이 될 소식"을 목자들에게 전하면서, 탄생하신 예수님이 어떤 분이신지를 전해줍니다. 루카복음 2장 11절의 말씀대로 천사는 목자들에게 "오늘 너희를 위하여 구원자가 태어나셨으니, 주 그리스도이시다."라고 선포합니다.
먼저 천사가 전해준 기쁜 소식은 포대기에 싸여 구유에 누워 있는 아기는 우리의 '구원자'시요, 인류의 '구세주'시라는 말씀입니다. 또한 오늘 탄생하신 아기는 '주님'이시라는 선포입니다. 아기 예수님이 참 하느님이시라는 말씀입니다. 그리고 오늘 탄생한 아기는 '그리스도'(메시아)이심을 선포합니다. 원조 아담이 범죄한 후 인류의 구원을 위하여 하느님께서 약속하신 메시아시라는 말씀입니다. 포대기에 싸여 구유에 누워있는 아기는 단순히 위대한 인간이 아니라, 인류의 구세주 곧 인류가 고대해온 메시아요, 하느님이 사람이 되신 분이십니다. 그러므로 예수 아기의 탄생은 온 세상에 큰 기쁨의 소식입니다.
3. 그러면 예수님의 탄생의 의미는 무엇입니까? 왜 하느님께서 인간이 되셨습니까? 하늘과 땅을 창조하신 하느님께서 비천한 몸을 취하시어 우리와 같은 인간이 되셨다는 이 놀라운 사실은 무엇을 의미합니까? 이는 하느님께서 인간을 그 무엇보다도 소중히 여기시고, 극진히 사랑하신다는 의미입니다. 요한복음은 이 놀라운 사실을 다음과 같이 선언하였습니다. "하느님께서는 세상을 너무나 사랑하신 나머지 외아들을 내주시어, 그를 믿는 사람은 누구나 멸망하지 않고 영원한 생명을 얻게 하셨다"(요한 3,16). 그리스도께서 인간이 되심으로써 인간은 자동으로 고상한 품위로 들어 높여졌습니다(인간의 구원자, 8항). 인간이 "멸망하지 않고 영원한 생명을" 얻도록, 하느님께서 당신의 "아들을 세상에 보내"(요한 3,17) 주시었으니, 창조주 하느님의 눈에 인간은 얼마나 고귀한 존재입니까?(인간의 구원자, 10항 참조). 마더 데레사는 "하느님은 당신의 외아들을 우리에게 내어주실 만큼 우리를 사랑하십니다."라고 강조하면서 "우리 모두 하느님께 귀중한 존재라는 것을, 그리고 하느님은 우리를 자애로이 사랑하신다는 것을 기억합시다." 하고 권고하였습니다.
4. 우리 사회는 하느님께서 그토록 귀하게 여기시는 인간을 과연 존중하고 있습니까? 오늘날 인간존중 의식은 세계 전역에 널리 확산되고 있지만, 아직도 국제사회는 전쟁과 테러, 폭력과 기아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는 부와 권력, 건강과 쾌락이 삶의 목적인 양 물질만능주의와 쾌락주의, 그리고 극단적인 이기주의가 만연되어 있습니다. '자유'가 '자유방임'으로 착각되어 나의 소유와 만족을 위해서라면 하느님의 법과 이웃의 권리도 아랑곳하지 않습니다. 인간 초기 생명인 배아와 태아가 '난치병 치료'와 '여성의 선택권'이라는 명목으로 희생되고 있고, 청소년들의 욕설과 폭력, 그리고 청소년 자살이 사회문제로 급부상되었습니다. 이러한 현실을 바라보면서, 탄생하신 아기 예수님께 자비를 청하며, 온 세상에 참된 사랑과 평화가 임하고, 우리 사회도 배금사상과 인간생명경시풍조로부터 벗어나 서로 존중하고 나누고 사랑하는 따뜻한 사회가 되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5. 성탄을 경축하는 우리 신앙인을 왜 그리스도인이라 부릅니까? 그리스도인이란 예수님을 그리스도로 믿고 따르는 사람을 의미합니다. 세례성사를 받음으로써 하느님의 자녀가 된 신앙인은 그리스도의 지체가 되었습니다(가톨릭교회교리서 790항 참조). 그러므로 성탄을 경축하는 우리도 그리스도인으로서 당연히 그리스도를 따라 살아야 합니다. 예수님께서 인간을 소중히 여기고 사랑하셨듯이, 우리 신앙인도 수정(임신)되는 순간부터 자연사에 이르기까지 일관되게 인간을 소중히 여기고 사랑해야 합니다. 예수님께서는 최후의 심판에서 '보잘것없는 사람' 하나에게 베푸는 사랑을 심판의 '척도'로 다음과 같이 표현하셨습니다. "너희는 내가 굶주렸을 때에 먹을 것을 주었고… 헐벗었을 때에 입을 것을 주었고… 감옥에 있을 때에 찾아주었다"(마태 25,35-36항). 따라서 오늘 탄생하신 예수님을 경배하는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사람이 되시어 우리의 인간적 약점에 함께하신"(믿음의 문, 13항) 예수님을 본받아 이웃의 아픔을 기꺼이 함께 나누어야 하겠습니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6. 오늘 탄생하신 아기 예수님은 우리의 구원자요 주님이며 메시아이십니다. 우리 모두는 예수님을 구세주요 주님으로 고백하며, '그리스도인'으로서 살아가야 하겠습니다. 언제나 희망을 가지고 이념과 세대 간의 갈등, 그리고 빈부격차의 갈등을 극복하고 특히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에게 기꺼이 다가가 그리스도의 사랑을 증거해야 하겠습니다. 특히 새로이 출범할 정부가 산업화 세력과 민주화 세력의 대립을 넘어 공존의 길, 통합의 길을 모색하고, 인간생명과 존엄성에 기반을 둔 상생(相生)의 사회건설에 정진하기를 기도해야 하겠습니다.
다시 한 번 성탄을 경축하며 신자 여러분의 가정과 교구 공동체, 그리고 지역사회와 대선으로 새로이 출발한 한국사회에 성탄의 기쁨과 평화가 가득히 내리기를 기원합니다.
2012년 12월 25일
청주교구장 장 봉 훈 가브리엘 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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