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구장 담화2013년 교구장 성탄 담화문
2013년 성탄 담화문
“예수님을 만나십시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1. 오늘 구세주 예수님께서 탄생하셨습니다. 성탄의 기쁨과 평화가 신자 여러분의 가정, 그리고 온누리에 충만하길 기원합니다. 구세주 탄생의 기쁜 소식을 듣고 제일 먼저 아기 예수님을 만난 사람은 양 떼를 치는 목자들이었습니다. 루카복음에 보면 목자들은 구세주 탄생을 알리는 천사의 말을 듣고 “서둘러 가서, 마리아와 요셉과 구유에 누운 아기를”(루카 2.16) 찾아 경배를 드렸습니다.
2. 오늘 탄생하신 예수님을 먼저 찾아 경배한 목자들은 누구입니까? 목자들은 양 떼를 돌보고 보호하는 사람들입니다. 그들은 권세가 높은 사람도 아니요, 재물이 많은 사람도 아닙니다. 다만 목자들은 들에 살면서 “밤에도 양 떼를 지키는”(루카 2,8), 평범하고 성실한 사람들이었습니다(1사무 17,15; 시편 78,70-71 참조). 하느님의 뜻을 전하는 사명을 지닌 천사는 양 떼를 돌보는 이 목자들에게 먼저 다가가 구원자 예수 그리스도 탄생의 기쁜 소식을 전하였습니다. 하느님께서는 다른 누구도 아닌 이 목자들을 부르셔서 당신 아드님을 먼저 뵙는 영광을 주셨습니다. 오늘 우리도, 비록 부유하고 권세 있는 이들은 아니지만, 목자들처럼 탄생하신 아기 예수님께 먼저 조배 드리는 영광을 누리고 있습니다.
3. 목자들이 조배 드린 아기 예수님은 누구이십니까? “포대기에 싸여 구유에 누워 있는 아기”(루카 2,12)는 바로 우리를 죄와 죽음에서 구원할 “구원자” 구세주 그리스도요 영원한 생명으로 이끌 참 ‘목자’이십니다. 구약 시대에 하느님께서는 이스라엘의 지도자인 왕과 사제들을 백성을 돌볼 목자로 삼으셨으나, 그들은 오히려 양 떼를 외면하고 괴롭히며 억압하기까지 하였습니다(예레 23,1; 에제 34,1-8 참조). 신음하며 흩어진 양 떼를 안타까워하신 하느님께서는 당신 친히 양 떼의 목자가 되겠다고 말씀하셨습니다. “나 이제 내 양 떼를 찾아서 보살펴 주겠다. 자기 가축이 흩어진 양 떼 가운데에 있을 때, 목자가 그 가축을 보살피듯, 나도 내 양 떼를 보살피겠다”(에제 34,11-12). 바로 오늘 탄생하신 아기 예수님께서는 우리를 죄와 죽음에서 구원하실 우리의 구세주요 “양들을 위하여 자기 목숨을 내놓는”(요한 10.11) 착한 목자이십니다. 예수님께서는 이 세상에 오시어 당신 양떼를 배불리 먹이시기 위하여 당신 몸과 피를 양식으로 내어 주시고, 십자가 위에서 목숨까지 기꺼이 바치신 분이십니다.
4. 우리 모두는 왜 아기 예수님께 감사와 찬미를 드려야 합니까? 우리는 우리의 구원자요 목자로 오신 예수님 덕분에 죄의 사슬에서 해방되었고 ‘평화’를 누리며 ‘구원’을 받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당신 아드님까지 아낌없이 내어 주신 하느님께, 예수님을 통하여 우리 가정의 화목을 비롯하여 사회의 안녕, 그리고 더 나아가 남북의 평화통일과 세계평화를 소망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비록 우리 사회에 어려운 문제들이 곳곳에 드리워져 있지만, 우리의 목자 예수님께서 계시기에 우리는 용기를 얻고 희망을 가질 수 있게 되었습니다. 북녘 땅의 심각한 인권과 생명침해, 우리 사회의 정치적 갈등과 경제난 가중, 가정의 불목과 노인들의 소외, 개인의 고통과 미래의 불안 등 어둠은 적지 않으나, 우리의 구세주 예수님의 사랑과 평화의 빛은 더욱 밝습니다. 이 세상에 오신 예수님께서는 우리 가운데 함께 계시며 이 모든 것을 극복할 수 있도록 격려하고 도와주시며 용기를 북돋아 주십니다.
5. 오늘 탄생하신 예수님을 경배하는 우리는 누구입니까? 우리 신앙인은 바로 우리의 구원자요 목자이신 예수님을 주님으로 믿고 따르는 사람입니다. 곧 신앙인은 생활 속에서 예수님을 만나는 사람들입니다. 자신의 본분에 충실하였던 목동들이 예수님을 만난 것처럼, 신앙인도 자신의 성실한 삶 안에서 주님을 만나는 사람들입니다. 무엇보다도 신앙인은 말씀과 성체를 통하여, 그리고 가족과 이웃을 통하여 예수님을 만나는 사람들입니다.
예수님을 만난 사람들이 병고와 죄악으로부터 해방되어 새로운 삶을 살았듯이, 예수님을 만나는 신앙인도 온갖 굴레에서 벗어나 새로운 삶을 사는 사람들입니다. 예수님께서 소외되고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다가가 극진한 사랑을 보여주셨듯이, 신앙인도 가족과 이웃에게 다가가 사랑을 실천하는 사람들입니다. 곧 태아에서 노인에 이르기까지 우리가 만나는 사람들 안에서 예수님을 만나 뵙고, 그들도 우리를 통하여 예수님을 만나 뵙도록 힘써야 합니다. 성 아우구스티노가 “우리는 단지 그리스도인만이 아니라 그리스도 자신이”(사랑의 성사, 36항) 되어야 함을 강조하였듯이, 우리 신앙인은 우리가 경배하는 예수님을 본받아 예수님을 닮아야 합니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6. 오늘 탄생하신 아기 예수님은 우리의 구원자요 목자이십니다. 우리 모두는 예수님을 구세주요 주님으로 고백하며, ‘예수님을 닮은 삶’을 살아가야 하겠습니다. 언제나 희망을 가지고 가정의 화목과 빈부‧세대 간의 화목, 남북의 평화와 통일을 위하여 애쓰며, 특히 어려운 처지에 있는 사람들에게 기꺼이 다가가 그리스도의 사랑을 증거해야 하겠습니다.
다시 한 번 성탄을 경축하며 신자 여러분의 가정과 교구 공동체, 그리고 온누리에 성탄의 기쁨과 평화가 가득히 내리기를 기원합니다.
2013년 12월 25일
예수 성탄 대축일에
청주교구장 장 봉 훈 가브리엘 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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