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가르침

교구장 담화2014년 교구장 부활 담화문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4-04-21 조회수 : 1261

2014년 부활 담화문

“그들은 거기에서 나를 보게 될 것이다”(마태 28,10)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1.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부활하셨습니다. 예수 부활 대축일을 맞이하여, 하느님의 은총과 평화가 신자 여러분의 가정과 지역사회에 충만하시길 기원합니다. 특히 죽음과 어둠에서 부활하신 예수님의 생명과 사랑의 빛이 이 땅에 고통받는 이들, 소외된 이들, 버림받은 이들에게 환히 비추어 지기를 바랍니다.


2. 마태오 복음에 따르면, 주간 첫날 동틀 무렵에 두 여인이 예수님께서 묻히신 곳으로 달려갔지만, 그들이 발견한 것은 빈 무덤이었습니다. 그리고 예수님께서 그 무덤에 계시지 않는다는 천사의 말을 듣습니다. “너희가 십자가에 못 박히신 예수님을 찾는 줄을 안다. 그분께서는 여기에 계시지 않는다. 그분께서는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부활하셨습니다”(마태 28,5-6;7). 이 소식을 들은 그들은 두려워하면서도 크게 기뻐하며 서둘러 제자들에게 달려갑니다. 그 때,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그 여인들에게 나타나 말씀하십니다. “두려워하지 마라. 가서 내 형제들에게 갈릴래아로 가라고 전하여라. 그들은 거기에서 나를 보게 될 것이다”(마태 28,10).


3. 제자들이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나는 자리는 다름 아닌 갈릴래아입니다. 갈릴래아는 예수님께서 사람들에게 회개와 하느님 나라를 선포하셨고(마태 4, 17참조), 가난한 이, 억눌리고 소외된 이들에게 참된 행복을 말씀하신 자리입니다. 또한 사도들이 주님의 부르심을 받고 따랐으며, 예수님과 함께 먹고 마시며 생활했던 자리, 이웃들을 향한 사랑의 삶을 살았던 자리가 바로 갈릴래아입니다. 바로 그 갈릴래아로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다시 가십니다. 주님께서 희망의 빛으로, 생명과 사랑의 빛으로 제자들을 만나기 위해 다시 찾아가십니다.
  2000여년이 지난 오늘, 우리에게 갈릴래아는 어디일까요? 우리들에게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나는 자리는 어디일까요? ‘현대세계에 관한 사목헌장 1항’은 그리스도인의 삶에 대해 다음과 같이 가르치고 있습니다. “기쁨과 희망, 슬픔과 고뇌, 현대인들 특히 가난하고 고통받는 모든 사람의 그것은 바로 그리스도 제자들의 기쁨과 희망이며 슬픔과 고뇌이다”. 이 땅의 가난하고 고통받는 사람들의 기쁨과 희망이 그리스도 제자들인 우리들의 기쁨과 희망이며, 그들의 슬픔과 고뇌가 그리스도 제자인 우리들의 슬픔과 고뇌가 되어야 한다고 천명하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2000여년이 지난 오늘 우리들의 갈릴래아, 부활하신 예수님을 만나는 자리는 다름 아닌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이 기쁨과 희망, 슬픔과 고뇌속에 살아가고 있는 삶의 자리입니다. 우리 그리스도인에게는 그곳이 생명과 희망, 위로와 사랑의 빛으로 우리에게 오신 예수님을 만나는 자리요, 또한 예수님과 함께 참된 그리스도의 제자로 살아갈 수 있는 자리입니다.


4. 오늘날 우리 사회는 참된 평화와 진정한 행복을 바라는 우리의 기대와 달리 불안과 부조리, 그리고 세대간, 계층간, 지역간의 갈등을 겪고 있습니다. 성장과 발전이라는 미명아래, 장애인, 노인, 결손가정 아이들의 인권과 복지는 뒷걸음치고 있습니다. 힘들고 어려운 곳에서 땀 흘려 일하는 많은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소통되지 못하는 현실 속에서 권력의 힘에 의해 좌절하고 절망하고 있습니다. 자신과 자신의 집단의 이익만을 쫓아가며, 생각과 가치가 자신과 다르다고 하여 비난하고 증오하는 삶의 풍토가 이 땅에 만연하고 있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이러한 안타까운 현실 앞에 우리 그리스도인은 절망하거나 두려워하지 않습니다.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우리와 함께 계시며 이 땅에 희망의 빛, 생명과 사랑의 빛을 비추어 주도록 우리를 초대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부활하신 예수님의 삶을 자신의 삶의 자리에서 증거하는 삶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갈등의 골을 메우는 데 앞장서는 그리스도인들, 물질 만능주의의 풍조에 맞서 생명 존중과 인권 존중을 위해 노력하는 그리스도인들, 그리고 자신의 삶 안에서 묵묵히 그리스도의 사랑을 실천하는 그리스도인들이 바로 그 사람들입니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5. 프란치스코 교황님은 “나는 가난한 교회와 가난한 사람들을 사랑합니다.”라고 말씀하셨습니다. 교황님이 꿈꾸는 현대 세계안에서의 교회 모습은 ‘가난한 이들을 위한 가난한 교회’입니다. 교황님은 세례받은 하느님의 자녀들의 모임인 교회가 세상에 가난하고 병들고 소외된 사람들을 우선적으로 사랑하고 섬기는 공동체가 되기를 희망하고 계십니다.
  신자 여러분이 이미 알고 계시듯이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금년 8월 ‘아시아 청년대회’ 참석을 겸한 한국 천주교회 사목 방문을 오십니다. 그리고 바쁘신 일정 중에 꽃동네를 방문하시어 ‘장애 아동들과의 만남’을 가질 예정입니다. 교황님의 음성 꽃동네 방문과 장애 아동들과의 만남은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우리에게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 특히 장애인들에 대한 우선적인 사랑과 관심을 호소하시는 것입니다.


  이번 교황님의 꽃동네 방문이 교구의 평신도들과 수도자들, 그리고 성직자들의 삶을 쇄신하여 가난한 이웃을 향한 사랑의 삶을 살아가는 계기가 되고, 가장 작은이들 안에 계시는 부활하신 주님을 만나는 계기가 되기를 바랍니다. 아울러 6월 4일에 전국적으로 실시되는 지방선거에서, 나라와 지역사회를 위하여 진정으로 헌신하는 분들이 선출되기를 바랍니다. 특히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에 대한 연민과 관심을 가진 분들이 선출되도록 모든 교우들은 소중한 선거권을 신중하게 행사하시기를 바랍니다.


  예수님의 부활을 경축하며 부활의 기쁨과 희망이 신자 여러분의 가정과 지역사회에 가득하기를 기원합니다.

 

 

2014년 4월 20일
예수 부활 대축일에


청주교구장  장 봉 훈 가브리엘 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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