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가르침

교구장 담화2015년 교구장 부활 담화문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5-04-06 조회수 : 1259

2015년 부활 담화문

“그분께서는 되살아나셨다”(마르 16,6)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1.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부활하셨습니다. 예수 부활 대축일을 맞이하여, 하느님의 은총과 평화가 신자 여러분의 가정과 지역사회에 충만하시길 기원합니다.
  오늘 복음인 마르코 복음을 보면, 주간 첫날 이른 아침, 세 여인은 돌아가신 예수님께 향료를 발라 드리려고 무덤에 갔습니다. 거기에서 그들은 예수님을 뵙지 못하고 흰 겉옷을 입은 젊은이의 말을 듣습니다. “놀라지 마라, 너희가 십자가에 못 박히신 나자렛 사람 예수님을 찾고 있지만, 그 분께서는 되살아나셨다. 그래서 여기에 계시지 않는다”(마르 16,6).


2. “예수님의 부활은 그리스도에 대한 우리 신앙 진리의 정수”(가톨릭교회교리서 638항)입니다. 사도 바오로는 그리스도인의 신앙 안에서 예수님의 부활이 차지하는 핵심적인 진리를 강조하고 있습니다. “그리스도께서 되살아나지 않으셨다면, 우리의 복음 선포도 헛되고 여러분의 믿음도 헛됩니다”(1코린 15,14). 특히 예수님께서 부활하셨다는 진리는 예수님께서 십자가에서 못 박혀 죽으셨다는 사실과 함께 이해해야 합니다. 십자가와 부활은 교회가 파스카 신비의 핵심부분으로 가르쳐 온 신앙진리이기 때문입니다.


3. 예수님께서는 우리를 위하여 고난을 겪으시고 십자가 위에서 죽임을 당하셨습니다. 우리를 향한 하느님의 사랑이 당신의 아들 예수님을 우리 죄를 위한 속죄제물이 되게 하셨고, 예수님께서는 십자가에 죽기까지 순종하셨습니다. 우리를 위해 목숨까지 내어 놓으신 그리스도께서 이제 모든 그리스도인에게 십자가의 삶을 당부하십니다. “누구든지 내 뒤를 따라오려면, 자신을 버리고 제 십자가를 지고 나를 따라야 한다”(마태 16,24).
  이러한 당부는 프란치스코 교황님의 말씀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2013년 3월 14일,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교황으로 선출되신 후, 추기경들과 함께 시스티나 성당에서 첫 공식 미사를 거행했습니다. 이 미사에서 교황님께서는 “주님 앞에서 주님의 십자가를 지고 걸어갈 용기를 가지고, 십자가 위에서 흘리신 주님의 피 위에 교회를 세우며, 십자가에 못 박히신 그리스도를 유일한 영광으로 고백하고 증언하자”고 당부하셨습니다. 우리 신앙인은 십자가를 두려워하거나 피하지 말아야 합니다.


4. 주님의 부활을 믿는 우리는 그 분의 십자가를 함께 지고 걸음으로써 부활을 체험하고 각자의 삶 안에서 그 기쁨과 생명의 열매를 맺어야 할 것입니다. 이번 사순 시기를 시작하며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는 우리가 잘 지내고 편안할 때 곧잘 다른 사람들을 잊어버리고, 그들의 문제와 고통, 그들이 당하는 불의에 더 이상 관심을 두지 않는다고 말씀하셨습니다. 이러한 상황에 맞서 교황님께서는 본당과 공동체는 “무관심의 바다 한가운데에 있는 자비의 섬”이 되어야 한다고 역설하셨습니다.
  우리 사회 역시 가난하고 소외되고 약한 이들을 돌보고 배려하기 보다는 자신이 속해 있는 집단이나 자신의 이익만을 도모하는 이기주의가 보편화 되어 있고, ‘나’이외의 것은 관심조차 없는 개인주의가 점점 팽배하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러한 이기주의와 개인주의가 물질만능주의와 결합되어 ‘인간과 생명’을 경시하고 ‘개인’의 권리와 이익만을 추구하는 사이, 우리 사회의 기초이며 토대인 가정공동체와 부부사랑은 위기 앞에 놓여 있음을 보게 됩니다. 우리는 이 모든 것의 이면에 ‘무관심’이 뿌리 깊이 자리하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이러한 무관심에 맞서 그리스도인은 부활하신 그리스도의 사랑의 빛으로 무관심의 어둠을 몰아내고, 그릇된 풍조에 맞서 올바른 가치를 존중하고 수호하도록 노력해야 하겠습니다.
  특별히 우리 교구 공동체 구성원들은 말씀과 성체 중심의 삶을 실천함으로써 하느님의 크신 사랑을 깨닫고, 그 사랑을 지역의 어려운 이웃들에게로 향하게 해야 합니다. 사랑으로 행동하는 믿음(갈라 5,6 참조)이 바로 부활의 기쁜 소식의 선포이기 때문입니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5. 예수님께서는 참으로 부활하셨습니다. 그리스도께서는 당신의 죽음으로 죽음을 쳐부수고 부활하셨으며, 풍성한 생명을 우리에게 주셨습니다. “그리하여 그리스도께서 아버지의 영광을 통하여 죽은 이들 가운데에서 되살아나신 것처럼, 우리도 새로운 삶을 살아가게 되었습니다”(로마 6,4).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당신의 부활을 통해 사랑의 길, 기쁨의 길, 영원한 생명의 길을 열어 주셨습니다. 부활을 경축하며 부활의 기쁨과 희망이 신자 여러분의 가정과 지역사회에 가득하기를 기원합니다.

 

 

2015년 4월 5일
예수 부활 대축일에


청주교구장  장 봉 훈 가브리엘 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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