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 당신 품 안에서
마음의 위로와 영적 성장을 위한
박재찬 신부의 수도원 편지
하느님의 사랑과 자비를 체험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박재찬 신부의 영성 에세이. 성 베네딕도회 왜관 수도원 본원장인 박재찬 신부는 주님의 품 안에 깊이 안겨 사랑과 자비를 체험할 때, 비로소 우리는 진정한 기쁨과 평화를 누릴 수 있다고 말합니다. 토마스 머튼의 영성에 우리 삶의 소소한 이야기가 더해진 이 책은, 가까운 이에게 받은 따듯한 위로가 담긴 편지처럼 독자들에게 하느님의 따듯한 사랑의 손길을 전해 줄 것입니다.
“오늘도 주님께서는 우리를 꼬옥 안아 주시며 “많이 힘들었지! 나는 너의 마음을 다 안단다. 괜찮다.” 하시며 어깨를 토닥토닥 위로해 주심을 느낍니다. … 힘든 마음, 억울한 마음, 서러운 마음 모두 다 주님께 맡겨 드리고, 더 큰 선으로 우리를 인도해 주시는 주님의 섭리를 믿으며, 오늘도 묵묵히 말없이 사랑하며 기쁨과 감사로 살아갑시다.”
- ‘저자 후기’ 중에서
마음이 힘들고,
영혼이 아픈 시대
텔레비전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가 유행하면서 사람들에게 회자되던 때가 있었다. 당시는 ‘힐링healing’이 유행하던 시대였고, 아늑하고 편안함을 의미하는 북유럽 문화권의 ‘휘게hygge’가 그 바통을 이어받았다. 불과 수년 전만 해도 사람들은 과거의 추억에서 삶의 희망을 발견하려 했었고, 삶 한 켠에 희망을 위한 자리를 마련해 두고자 했었다. 지금의 ‘각자도생各自圖生’, ‘견리망의見利忘義’의 시대에서 보자면, 몹시도 아득한 이야기지만.
‘아픈’ 사람들이 많은 시대이다. 육체적, 정신적 아픔을 호소하는 이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는 것은 당연지사이다. 그러나 ‘영혼’이 아픈 이들의 목소리에는 어떤가? 그들의 이야기는 다른 ‘아픔’에 비해 개인적인 것, 때로는 사소한 것으로 치부되기도 하고, 혹은 그 아픔을 이용해 이익을 챙기려는 이들을 경계하기 위해 아픈 이들이 오히려 더 자기 안으로 깊이 들어가 문을 잠그기도 한다.
“이제 그만 아프고
자유롭고 싶어요.”
육체적, 심리적 치유와는 달리, 영적 치유는 ‘구원’과 관련이 있다. 예수님께서도 하혈하는 여인을 고쳐 주시면서, “딸아, 네 믿음이 너를 구원하였다.”(마르 5,34)라고 말씀하셨다. 이렇게 예수님의 치유는 구원의 은총으로 이어진다. 그러나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예수님을 찾고 만나야 한다. 나아가 그분의 구원을 향한 신뢰가 필요하다. 십자가에서 고통과 수난을 당하시는 순간에도 하느님을 향한 신뢰를 잃지 않으셨던 예수님처럼, 구원과 그로 인한 자유는 하느님께 신뢰를 둘 때 비로소 받을 수 있다.
왜관 성 베네딕도회 본원장이자 『주님, 당신 품 안에서』의 저자인 박재찬 신부는 “하느님과의 관계 안에서 주님께 상처를 준 이들”이 바로 영혼이 아픈 이들이라고 보았다. 그러면서 우리가 진정한 자유를 얻기 위해서는 하느님과의 관계 안에서 사랑의 일치를 이뤄야 한다고 말한다. 서로에게 상처가 아닌, 하느님의 사랑을 주고받을 수 있는 관계야말로, 진정 아픔 없이 자유로운 삶을 유지케 하는 든든한 울타리가 되어 주기 때문이다.
“그분의 품 안에 깊이 머물며 그 사랑과 자비를 체험했을 때 우리는 삶의 모든 순간순간에 주님께서 늘 함께 하셨음을 깨닫게 됩니다. 그리고 주님 곁에 머무는 것이 얼마나 기쁘고 평화롭고 즐거운지를 체험하게 됩니다.”
- 「책을 펴내며」 중에서
영적 재탄생을 위한 수도의 마음과
토마스 머튼의 영성에서 배우는 위로
현대 영성가 토마스 머튼(1915-1968년)은 영적 스승이자 문장가로 많은 이들의 존경과 사랑을 받았다. 하느님과 사람들, 세상의 아름다움을 이야기했던 머튼은 하느님을 만나는 과정에서 스스로의 힘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음을 인정하며, 자신을 둘러싼 모든 것을 이해하고 받아들이려 노력하면서 하느님의 도움을 간절히 구했다.
이 책의 저자인 박재찬 신부가 토마스 머튼을 연구하게 된 계기도 하느님의 섭리라고 볼 수밖에 없을 것이다. ‘번아웃burnout’ 증후군으로 기도도, 수도 생활에서도 의미를 찾지 못하던 저자는 잠시 쉬면서 공부를 하기 위해 캐나다로 유학을 떠났다. 그곳에서 심리학을 공부하던 중에 만난 토마스 머튼 신부의 영성은 저자의 어두운 밤과 같았던 과거의 시간을 치유해 주었고, 그 고난의 시기에도 하느님은 항상 곁에 계셨음을 깨닫는 계기가 되어 주었다. 그것은 마치 구름이 잔뜩 끼어 어두운 밤하늘에도, 구름 너머에는 언제나 별이 빛나고 있던 것처럼, 하느님의 은총 역시도 그저 우리가 눈을 감고 보지 않으려고 했던 것일 뿐, 언제나 우리 곁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는 깨달음이었다.
“토마스 머튼의 생애 가운데 찾아온 어둔 밤과 빛의 여정은 우리 각자의 인생 여정에도 찾아옵니다. 저 역시 이런 체험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이제는 압니다. 어둠은 마지막이 아니라 새로움의 시작이란 것을 말입니다. 어둠의 한가운데에서 그것으로 만족할 수 있는 것은 새로운 빛이 올 것이라는 믿음과 희망이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도 새로운 모습으로 다가오시는 주님을 맞이하기 위해 우리 삶과 우리 마음속 어둠을 주님께 봉헌하며 주님의 때를 인내로이 기다리도록 합시다. 어둠은 새로운 시작입니다.”
- 「저는 어둠만으로 족합니다」 중에서
주님의 품 안에서 체험하는
위로와 성장의 여정
박재찬 신부는 자신의 솔직한 체험과 체험 후에 얻은 깨달음을 소개하면서 신앙의 여정에서 어떻게 영적 성장으로 나아갈 수 있는지를 독자에게 알려 준다. 무언가에 좌절했던 경험이 없는 이는 아마도 없을 것이다. 그러한 좌절에 처했을 때, 부정적인 감정에 매몰되어 스스로의 가치를 보잘것없는 것으로 여기기도 한다. 그러나 삶의 중심을 자신이 아닌 하느님께 두었을 때, 아이러니하게도 우리의 삶은 더욱 자유로워진다고 저자는 말한다.
“우리가 자신의 약함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너의 부족함을 사랑으로 감싸 안을 때 우리는 있는 그대로의 우리를 사랑해 주시는 아버지 하느님의 마음이 되어 가는 것입니다. 우리는 누구나 아버지 하느님을 실망시켜 드릴 수 있습니다. 그러나 아버지 하느님은 우리에게 실망하지 않으십니다. 다만 실의에 빠진 우리를 안타까워하시고 사랑으로 안아 주시며 다시 일어나기를 기다려 주십니다.”
- 「아버지를 실망시켜 드려도 된다」 중에서
하느님을 향한 전적인 신뢰를 바탕으로 하느님 안에서 살기 시작한다면, 우리를 얽매고 있는 세상의 굴레에서 자유로워질 것이다. 그 자유에서 우리는 스스로의 삶에 더 많은 기회를 부여할 수 있을 것이고, 보호받게 될 것이다. 그렇게 우리의 신앙도 하느님을 향해 더욱 더 가까이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주님, 당신 품 안에서
서로 사랑하겠습니다
우리가 신앙을 가진 이유는 바로 하느님의 사람이 되기 위함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하느님의 사람이 될 수 있는 것일까? 하느님의 사람은 특별한 자격이 필요한가? 어떤 시험을 통과하면 될 수 있는 것인가? 혹은 타고난 무언가가 있어야 될 수 있을까? 박재찬 신부는 하느님의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사랑’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 사랑의 대상은 하느님, 세상, 그리고 자기 자신이다.
『주님, 당신 품 안에서』에는 토마스 머튼 신부가 루이빌에서 했던 영적 체험이 소개된다. 토마스 머튼은 이 체험을 통해 사랑의 힘에 대해 새로운 인식을 하게 되었다. 그 깨달음을 통해서 머튼은 하느님께서는 세상의 모든 사람을 사랑에로 부르셨고, 그 부르심에 응답하기 위해서 우리는 서로를, 세상을, 궁극적으로는 나 자신을 사랑해야 한다고 보았다. 우리가 세상에서 고통과 갈등을 겪는 이유는 모두 사랑의 부재不在 때문이다. 복음서에 나타나는 예수님에 대한 기록은 예수님께서 세상과 사람들을 사랑하신 행적들이고, 그 사랑을 받아들인 우리는 미사 끝에 ‘주님과 함께 가서 복음을 전할’ 의무를 부여받는다.
이는 일종의 ‘신앙의 성장 서사’이다. ‘주님의 품 안에서’ 받은 사랑으로 상처가 낫고 마음이 자라나, 주님 안에서 고요히 머무는 법을 알고 나면, 우리의 이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수 있는 힘이 생긴다. 그렇게 다시 처음의 이야기로 돌아가 하느님의 사랑으로 우리가 하느님을, 세상을, 그리고 나 자신을 사랑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깊은 묵상과 감동으로 이끄는
심순화 가타리나 화백의 그림
『주님, 당신 품 안에서』에는 본문의 모든 글에 성화聖畫가 포함되어 있다. 한국적이고 따듯한 느낌의 성화는 유명 작가인 심순화 가타리나 화백의 작품이다. 심순화 화백은 자신의 작품을 박재찬 신부의 책에 싣는 것을 허락했을 뿐만 아니라, 표지의 그림까지 직접 제작해 주었다. 봄을 희망하는 화사한 꽃나무 아래에서 주님의 품 안에 안겨 한없는 위로를 받고 있는 이의 고단한 표정은 오늘날 우리 삶의 모습을 투영해 준다.
박재찬 신부는 이 책의 독자들이 글을 읽고 심 화백의 그림에 잠시 머물며 묵상할 수 있기를 바라며 본문과 연관된 성화를 선정했다. 본문의 감동과 교훈을 머금은 채 우리에게 익숙한 복음서의 내용들을 담은 한국적 화풍의 성화에 잠시 머무는 동안, 기존의 ‘읽는’ 콘텐츠였던 책이 ‘보는’ 콘텐츠로 확장되는 경험을 하게 된다.
목차
책을 펴내며
1부 주님, 당신 품 안에서 제 상처가 낫고, 제 마음이 자랍니다
저는 어둠만으로 족합니다
아버지를 실망시켜 드려도 된다
수도원에는 천사들만 사는 줄 알았습니다
Everything is a Miracle!
이번에도 낙방이구나!
나는 걸레 같은 사람이 되고 싶다
나의 가장 큰 원수는?
하느님의 오묘한 섭리 - 토마스 머튼을 공부하다
2부 주님, 당신 품 안에 고요히 머무는 길을 알려 주소서
기도는 그리스도인의 삶입니다
기도를 어떻게 하면 더 잘 바칠 수 있을까요?
기도에는 어떤 종류가 있고 무슨 차이가 있나요?
기도할 때 느껴지는 뜨거운 체험을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요?
30년 기도하면 도사가 될 줄 알았습니다
하느님의 침묵은 기다림의 사랑입니다
침잠은 하느님 앞에 현존하도록 합니다
창조적 고독 - 홀로 있지만 홀로 있지 않습니다
초연함의 영성 - 영적 쾌락 역시 집착입니다
산을 넘고 넘어
3부 주님, 당신 품 안에서 이웃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입니다
사랑에로의 부르심, 성소에 대한 패러다임 전환
너를 힘들게 하는 사람이 있느냐?
그 사람은 하느님께서 너에게 보내 주신…
‘미숙한 이’와 함께 사는 법
저희 공동체에는 사랑이 없는 것 같아요
사랑할 수 있는 것, 그것은 하느님께서 주신 가장 큰 선물
어떻게 하면 성가정을 이룰 수 있을까요?
이웃 종교와 대화가 왜 필요한가?
‘관상적 대화’란 무엇인가?
깨달은 사람은 깨달은 사람을 알아봅니다
성모님처럼 끊임없이 겸손으로 저를 비웁니다
저자 후기 비바람이 지나가니 폭풍우가 몰아치네
지은이 소개
지은이: 박재찬 신부
1991년 성 베네딕도회 왜관 수도원에 입회하여, 2001년에 사제로 수품되었다. 2010년부터 9년간 캐나다 토론토 대학에서 심리학과 영성 신학을 공부, ‘토마스 머튼과 불교와의 대화’를 주제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저서 『Thomas Merton’s Encounter with Buddhism and Beyond』로 2019년에 아시아인 최초로 국제 토마스 머튼 학회에서 수여하는 ‘토마스 머튼 상’을, 『토마스 머튼의 수행과 만남』으로 2021년 ‘가톨릭 학술상’을 수상했다. 그 외 저서로는 『주님은 나의 목자 아쉬울 것 없어라』, 『예수님의 가정은 아무 문제가 없었는가』, 『부부 둘이 하나, 정말 가능한가』, 『그리스도의 사랑이 되어라』 등이 있다.
현재 성 베네딕도회 왜관 수도원 본원장과 성 베네딕도 문화영성 센터 책임자로 일하면서 다양한 피정 프로그램과 강의를 통해 토마스 머튼 영성을 나누고 있다. 또한 국제 수도승 종교 간 대화 위원회DIMMID 한국 대표, 한국 천주교 주교회의 교회 일치와 종교 간 대화 위원회 위원으로 봉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