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가르침

교구장 담화2017년 교구장 부활 담화문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7-04-14 조회수 : 1308

2017년 부활 담화문

“무덤을 막았던 돌이 치워져 있었다”(요한 20,1)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1.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참으로 부활하셨습니다. 예수님의 부활을 경축하며, 부활의 기쁨과 희망이 신자 여러분의 가정과 지역사회에 충만하길 기원합니다.


2. 오늘 복음인 요한 복음은 주간 첫날 이른 아침에 마리아 막달레나가 예수님의 무덤을 찾아간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예수님의 십자가 죽음을 지켜보았던(요한 19,25 참조) 마리아 막달레나는 아리마태아 출신 요셉과 니코데모가 예수님의 시신을 거두어 어디에 묻는지 지켜보았을 것입니다. 다음날은 안식일이었기에 무덤에 갈 수 없었던 마리아는 안식일이 지나자마자 이른 아침 서둘러 예수님의 무덤을 찾아갑니다. 그런데 마리아는 깜짝 놀라게 됩니다. 무덤을 막았던 돌이 치워져 있었던 것입니다(요한 20,1 참조). 놀란 마리아는 시몬 베드로와 다른 제자에게 달려가 이 사실을 알려줍니다. “누가 주님을 무덤에서 꺼내 갔습니다. 어디에 모셨는지 모르겠습니다”(요한 20,2).
  무덤을 막았던 돌이 치워져 있는 사실 앞에 마리아는 주님의 시신을 누군가가 꺼내 갔다고 생각을 했던 것입니다. 베드로와 다른 제자가 빈 무덤을 확인하고 돌아간 뒤에도 마리아는 무덤 밖에 서서 울고 있었습니다. 그러한 마리아에게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나타나십니다. 예수님을 만난 마리아는 제자들에게 가서 증언합니다. “제가 주님을 뵈었습니다”(요한 20,18). 예수님의 무덤에 가장 먼저 찾아갔던 마리아는 부활하신 예수님을 뵈었고, 예수님의 부활을 선포하였습니다.


3. 아직도 어두운 새벽, 무덤으로 달려간 마리아가 발견한 것은 예수님의 시신이 아니라 치워져 있는 무덤 입구의 큰 돌과 빈 무덤이었습니다. 무덤 입구의 치워진 큰 돌과 빈 무덤! 그 자체가 바로 부활을 증거하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예수님께서 주검으로 무덤에 계시지 않고 부활하시어 세상으로 나가셨기에, 무덤을 막았던 돌은 치워졌고 무덤은 비어 있었던 것입니다.
  죽음에서 생명으로, 어둠에서 빛으로 나아가는데 장애가 되었던 그 돌은 치워졌으며, 부활하신 예수님께서는 제자들에게 나타나셨습니다. 죽음과 어둠의 세력을 물리치신 예수님께서는 부활하시어 마침내 영원한 생명과 세상의 빛으로 이 세상에 오신 것입니다.


4. 최근 한국사회는 헌법재판소의 대통령에 대한 파문 결정 이후, 불신과 반목, 비방과 대립의 극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습니다. 탄핵을 찬성하는 국민과 탄핵을 반대하는 국민은 대화와 화합을 도모하기는커녕 상대방에 대한 극한 말도 서슴지 않고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습니다.
  한국 사회가 겪고 있는 이러한 사회적·정치적 혼란 앞에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부활하신 예수님을 떠올리게 됩니다. 캄캄한 무덤에 누워계셨던 예수님께서는 부활하신 후, 돌이 치워진 무덤 밖으로 나오십니다. 그리고 제자들에게 나타나셔서 말씀하십니다. “평화가 너희와 함께”(요한 20,19).
  예수님의 부활을 체험한다는 것은 우리 역시 캄캄한 무덤에서 나오는 것을 의미합니다. 아집과 독선의 무덤에서, 비방과 대립의 무덤에서 무덤을 막았던 돌을 치우고 밖으로 나와야 합니다. 불의와 억압의 무덤에서, 불평등과 불공정의 무덤에서 밖으로 나와야 합니다. 그리고 부활하신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전해주신 평화를 세상을 향해 선포해야 합니다. 이 평화는 불의에 타협하여 잠시 평온한 상태를 유지하는 거짓 평화가 아닙니다. 더구나 소수의 이익을 위한 정치적 타협이나 적당한 갈등 무마는 더더욱 아닙니다. 진정한 평화는 어느 누구도 소외됨 없이 모든 이가 자신의 존엄성과 권리를 차별 없이 존중받으며, 사랑과 정의의 토대 위에서 이루어져야 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진정한 평화는 비난과 투쟁을 통해서가 아니라 대화와 화합, 정의와 사랑을 통해서 이루어 내야 합니다.


5. 또한 예수 부활 대축일인 오늘은 참으로 고귀한 304명의 생명을 앗아간 세월호 침몰 대형 참사가 일어난 지 꼭 3년이 되는 날이기도 합니다. 세월호 참사는 우리 모두에게 경제 중심의 사고와 이윤만을 추구하는 탐욕의 위험 사회에서 생명이 존중받는 안전 사회로 바뀌어야 한다는 교훈을 주었습니다. 우리 모두는 가장 중요한 가치가 무엇인지, 무엇을 잃어버리고 살아왔는지 다시금 생각하며 올바른 사회를 이루기 위해 노력해야 하겠습니다.
  이제 우리나라는 새로운 대통령을 선출하기 위한 선거를 앞두고 있습니다. 국가와 민족을 위해 진정으로 일할 수 있는 사람이 누구인지 생각하고 선택해야 하는 중요한 시점에 놓여 있는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이번 선거에는 온 세상과 바꿀 수 없을 만큼 무한한 가치를 지닌 인간생명을 존중하는 정치인, 정의와 평화를 지향하는 정치인을 선택해야 할 것입니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6. 무덤을 막았던 돌은 치워졌고, 우리의 구원이요 희망이신 분께서 다시 살아나셨습니다. 예수님의 부활은 우리 신앙의 핵심이요 우리 부활의 보증입니다. 또한 예수님의 부활은 모든 그리스도인의 삶의 가장 큰 기쁨이며 희망입니다. 부활을 다시 한 번 축하드리며, 부활의 기쁨과 희망이 신자 여러분의 가정과 지역사회에 가득하기를 기원합니다.



2017년 4월 16일
예수 부활 대축일에


청주교구장  장 봉 훈 가브리엘 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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