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가르침

교구장 담화2016년 교구장 부활 담화문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16-03-25 조회수 : 1270

2016년 부활 담화문

“여러분은 그리스도와 함께 다시 살아났습니다”(콜로 3,1)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1. 우리 주 예수 그리스도께서 부활하셨습니다. 예수 부활 대축일을 맞이하여, 하느님의 은총과 평화가 신자 여러분의 가정과 지역사회에 충만하길 기원합니다. 


2. 복음서는 예수님의 부활을 체험했던 여인들과 제자들의 삶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갈릴래아에서부터 예수님을 따라왔던 여인들은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못 박혀 돌아가실 때 멀찍이 서서 그 모든 일을 지켜 볼 뿐이었습니다(루카 23,49 참조). 제자들은 예수님께서 돌아가신 후 자신들도 예수님처럼 죽을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떨었으며(요한 20,19 참조), 한편으로는 예수님께서 “이스라엘을 해방하실 분”이라고 믿었던 기대가 무너지며 실의에 빠졌습니다(루카 24,13-35 참조).
  예수님의 부활은 이러한 그들의 절망과 좌절, 두려움과 실의를 기쁨과 희망으로 바꾸어 놓은 사건이었습니다. 빈 무덤에서 예수님 부활에 관한 소식을 들은 여인들은 제자들에게 달려가 그 소식을 전하였고, 두려움에 떨고 있었던 제자들은 닫아걸고 있던 문을 열고 나와 부활의 기쁜 소식을 선포하는 사도가 되었습니다. 엠마오로 가며 실의에 빠져있던 두 제자는 발길을 돌려 공동체로 돌아가 예수님의 부활을 증언하였습니다.


3. “여러분은 그리스도와 함께 다시 살아났습니다”(콜로 3,1). 사도 바오로의 이 고백처럼 예수님의 부활은 우리를 새로운 생명으로 이끌어 줍니다. 우리는 예수님과 함께 다시 살아난 하느님의 자녀들로서, 슬픔과 두려움, 죄와 어둠으로부터 해방되어 하느님께서 이끄시는 기쁨과 자유, 용서와 구원의 삶을 살아가는 이들입니다. 2,000여 년 전, 예수님께 믿음과 희망을 두고 살았던 사람들에게 예수님께서 부활하셨다는 기쁜 소식이 새로운 삶을 살아가게 하는 힘의 원천이 되었던 것처럼,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도 예수님의 부활은 절망을 딛고 살아가게 하는 힘이 됩니다.


4. 예수님의 부활은 하느님의 사랑과 자비를 보여 줍니다.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말씀하셨듯이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과 부활을 통하여 하느님께서는 모든 인간의 죄를 없애 주시는 당신의 사랑과 그 사랑의 힘을 더욱 분명히 드러내 보이십니다”(『자비의 얼굴』, 22항). 우리는 지금 프란치스코 교황님께서 선포하신 자비의 특별 희년을 지내고 있습니다. 마태오 복음에 수록된 ‘매정한 종의 비유’를 보면, 모든 빚을 탕감해 준 자비로운 주인은 자비를 베풀지 않은 매정한 종을 꾸짖습니다. “내가 너에게 자비를 베푼 것처럼 너도 네 동료에게 자비를 베풀었어야 하지 않느냐?”(마태 18,33) 이 말씀은 자비의 특별 희년을 살아가고 있는 모든 신앙인들의 삶을 성찰하게 하는 가르침입니다. 자비는 참된 하느님 자녀의 식별 기준입니다. 우리는 먼저 하느님의 자비를 입었으므로 우리도 자비를 베풀어야 합니다. 우리는 다른 이들을 향한 용서의 삶, 사랑의 삶을 살아가야 할 것입니다.


사랑하는 형제자매 여러분
5. 우리가 발 딛고 사는 한반도는 북한의 핵실험과 로켓 발사, 그에 대한 대응으로 전개된 개성 공단 폐쇄와 연일 계속되는 적대적 대응, 대규모 군사 훈련 등으로 일촉즉발의 긴장이 고조되고 있습니다. 또한 우리 사회는 물질과 경제 논리 속에서 인간의 가치를 부와 권력의 잣대로 가늠하고, 이웃에 대한 배려와 존중이 약화되어 많은 이들이 소외감과 외로움을 느끼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빈곤 때문에 고향과 고국을 떠나온 많은 외국인 노동자들이 있으며, 아무리 열심히 일해도 생계조차 이어가기 힘든 가난한 이들도 많습니다. 열정과 희망으로 멋진 인생을 꿈꾸어야 할 젊은이들이 갈 곳을 잃고 헤매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실에도 불구하고,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을 돌보아야 할 정치인들은 자신들의 정치적 이해에만 매달려 있기도 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실망하지 않습니다. 어둠이 가득한 이 세상을 위해 주님은 돌아가셨고 마침내 부활하여 우리에게 참 빛과 새 생명을 주셨기 때문입니다. 비록 지금 우리가 어두움과 절망의 고통 속에 있더라도, 우리는 이 세상을 비추고 있는 하느님의 사랑과 자비를 바라보며 예수님을 닮은 제자로 살아가야 합니다. 

  우리의 구원이요 희망이신 분께서 다시 살아나셨으니, 이제 우리도 그분과 함께 다시 살아났습니다. 부활의 기쁨과 희망이 신자 여러분의 가정과 지역사회에 가득하기를 기원하며, 다가오는 국회의원 선거를 통해 지역 사회의 가난한 이들과 소외된 이들을 위해 헌신하는 일꾼들이 선출될 수 있도록 투표에 적극 참여하시길 바랍니다.  

 

 

2016년 3월 27일
예수 부활 대축일에


청주교구장  장 봉 훈 가브리엘 주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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